<앵커 멘트>
일제 강점기 당시 남태평양 섬에 끌려와 목숨을 잃은 한국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전란 속에 희생된 사람들이 많았는데, 수세에 몰린 일본군의 만행도 아주 심했다고 합니다.
사이판에서 은준수 기자가 그 흔적을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1944년 6월, 미군은 일본군 3만 명이 주둔하던 사이판을 공습합니다.
격렬한 교전에 전투기와 함선 수백 대가 파괴됩니다.
사이판 서쪽 바닷속.
전쟁이 끝난 지 70년 가까이 지났지만 치열했던 전투 흔적은 거의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수심 12미터, 미군 폭격기 'B-29'의 엔진과 날개가 조각난 채 널려있습니다.
근처에는 미군 어뢰에 맞아 반파된 일본군의 군수품 수송선 '쇼안 마루'호가 있습니다.
일본군에 강제 배속된 한국인들이 이 배에 탔다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황양택(교민) : "징용으로 끌려왔던 한국사람들이 수송선의 노무자로 일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함락 직전 일본군은 미군에 잡히면 사살된다며 절벽에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으라고 협박했습니다.
<인터뷰>박인환(위원장) : "잡히면 다 죽는다. 나를 따르라. 그렇게 끌고 갔지요. 이렇게 해서 집단 자살을 했던 겁니다. 말을 듣지 않으면 총을 쏘기도했다고 합니다."
사이판 등 남태평양 섬에서 목숨을 잃은 한국인들은 5천 여명.
살아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던 누군가의 가족이었습니다.
<인터뷰>박동현(유족) : "할머니가 계셨는데 온 동네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면서 매일같이 통곡을 하셨어요. 아들 생각하면서.."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와 일본이 일으킨 전쟁터에서 희생된 한국인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사이판에서 KBS 뉴스 은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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