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인공 조미료, 얼마나 드십니까?
사용하지 않으려 애쓰고 계십니까?
대구 동구청은 올해 초부터 식당의 위생 상태 조사때 MSG 사용 여부도 함께 점검하고 포항과 대전 등도 MSG를 사용하지 않는 식당만을 골라 '건강 음식점'으로 인증하고 있습니다.
"인공 조미료는 해롭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데요. 실제로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범기영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직장인들의 흔한 점심 식사, 회사 앞 음식점입니다.
식당 음식은 특유의 감칠맛으로 입에 감기지만 텁텁한 끝맛이 남아 자꾸 물을 찾게 합니다.
음식점 열 곳 중 아홉 곳이 사용한다는 인공 조미료 탓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입니다.
<인터뷰> 김태우(직장인) : "밖에서 밥 먹고 들어오면 입이 텁텁하거나 소화가 안 되는 것 같아서 물이나 차 자주 마시고 양치질을 바로 하는 편입니다."
두통과 근육통 목마름 소화불량 등이 인공 조미료, MSG의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증상들입니다.
MSG는 중국 음식점이 한달 평균 6.8 킬로그램을 사용해 일반 한식당보다 2배나 넘게 씁니다.
한때 미국 등 외국에서 중국음식 불매운동이 벌어졌던 이유입니다.
외국에선 MSG 유해 논란이 더 이상 번지지 않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 최근에는 지자체까지 가세하면서 더욱 불 붙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위에서 든 증상들이 과연 MSG 때문일까요?
MSG 하면 몸에 나쁜 화학 조미료를 떠올리기 쉬운데, 근거가 있는 이야길까요?
외국에선 관심에서 비켜난 MSG 유해 논란이 우리나라에선 왜 불 붙고 있는 것인지, MSG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박광식 의학전문기자가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전합니다.
<리포트>
고깃국물을 한참 우려낸 맛.
바로 감칠맛인데요.
이 감칠맛을 내는 성분이 바로 L-글루타민산나트륨, 약자로 MSG입니다.
글루타민산은 다시마나 토마토, 닭고기, 소고기에 많이 들어있는데요.
그럼 이런 자연식품 속 MSG와 인공 MSG는 다를까요?
여기는 사탕수수밭입니다.
먼저 사탕수수를 잘라 원당을 추출하고, 여기에 미생물을 넣어서 발효를 시키면 MSG의 원료가 되는 글루타민산이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얻은 결정체가 물에 잘 녹도록 수산화나트륨을 첨가하면 이게 바로 MSG가 됩니다.
한 마디로 MSG는 사탕수수를 발효시켜 만든 '발효 조미료'인 것입니다.
그러면 MSG에 대한 각 나라별 입장은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 일본, 호주, 유럽 모두 소금이나 후추처럼 MSG를 안전한 물질로 분류해 일일 허용 섭취량이란 기준치를 아예 두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식약청도 2010년 MSG는 평생 먹어도 안전하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MSG를 섭취하면 머리가 아프고, 메스꺼운 증상이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세계보건기구 WHO는 2시간 이내에 사라지는 일시적인 증상일 뿐이라며 안전성을 거듭 강조합니다.
얼마나 안전할까요?
실제로 소금의 치사량은 한 번 먹는 기준으로 263그램인데 반해, MSG는 1킬로그램으로 소금보다 최소 4배 이상을 먹어야 합니다.
당국은 이렇게 안전성을 강조하지만 MSG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여전합니다.
그래서 발효 조미료 대신 음식 재료가 가진 천연의 재료 맛을 살리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는데요.
모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환경단체가 운영하는 식당입니다.
인공조미료는 금물, 천연 재료만 쓰다보니 음식값이 두 배 이상 비싸지만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창근(인천시 구월동) : " (딴 데는) 더부룩한 느낌이 많이 들거든요. 근데 여기서는 그런 것 없이 몸이 좀 상쾌한 느낌?"
MSG는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요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당국의 발표대로 안전하다고 해도 재료의 풍미를 살리지 못하고 맛이 획일적이라는 단점은 분명합니다.
때문에 일반 가정의 MSG 사용량도 해마다 10% 가량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인터뷰> 신수현(천연 조미료 사용 주부) : "집에서 먹을 때만이라도 제가 직접 해서 몸에 좋게...특히 저희는 아기도 있어서요."
나트륨이나 트랜스지방처럼 식품 속 MSG도 함량을 표기한다면, 소모적인 유해성 논란을 피하고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어질 수 있습니다.
<인터뷰> 안병수(식품건강교실 소장) : "어느 정도 사용량 제한을 해야되고 거기에 맞춰서 요식업소에서도 사용량을 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MSG 무첨가를 내세운 제품이라도 방부제와 색소 등 다른 인공 첨가물이 든 경우가 많은 만큼, 소비자가 알기 쉽도록 성분 표기를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KBS 뉴스 모은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