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6일 일제히 출시한 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이 벌써 출혈경쟁 징후를 보인다.
900만명으로 추정되는 고객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려고 역마진을 감수한 채 앞다퉈 고금리를 내세우고 불법·편법 가입마저 부추긴다.
재형저축 출시 하루 전까지 치열한 금리 경쟁을 벌인 끝에 최고금리가 연 4.6%(우대금리 포함)까지 치솟았다.
지난주 말 금감원에 약관을 제출했을 때 은행권 최고금리는 4.5%였지만 기업은행은 약관에 포함되지 않는 고시금리를 올리는 방법으로 최고금리 자리를 차지했다.
애초 국민·우리·농협은행만 4.5%의 금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신한·하나·대구·경남·수협은행도 4.5% 금리 대열에 합류했다.
3.2%로 가장 낮은 금리를 써낸 한국씨티은행은 뒤늦게 4.0%로 올렸다. 출시가 늦어지는 산업은행도 이달 말 4% 중반의 최고금리를 제시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경매입찰 식으로 금리 경쟁을 벌인 탓에 실세 금리를 훨씬 웃도는 역마진이 생겨 건전성에 악영향을 받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밑지고 장사할 리는 없다"며 "재형저축 금리를 올려 발생한 손실은 대출금리 등 다른 곳에서 메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은행은 출시 초기에 고객을 확보하려고 영업점과 직원별 판매량까지 할당해 금감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은행들이 무차별 경쟁을 벌여 소비자가 피해를 보거나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재형저축을 놓고 ▲불완전 판매 ▲꺾기(구속성 예금) ▲금융실명제법 위반 등 행위를 저지르려는 징후마저 나타났다.
불완전 판매란 금리가 높고 이자소득세가 면제된다는 재형저축의 장점만 부각하면서 중도 해지의 불이익이나 변동금리 전환 등 주의사항은 제대로 알리지 않고 가입을 권유하는 행위다.
중소기업 등 거래처를 압박해 직원들의 재형저축 가입을 강요하는 것은 꺾기다. 일부 은행 지점에선 대출을 유지하되 재형저축 계좌 수십개를 만들도록 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창구 직원들이 할당을 채우려고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한 채 지인의 명의를 도용해 계좌를 개설하거나 가입 신청서를 만들기도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재형저축 판매 현황을 모니터링해 문제가 생기면 즉시 현장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고객을 더 확보하거나 기존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사활을 건 재형저축 금리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보인다.
이런 와중에 고객들은 피해를 줄이려면 다양한 재형저축 상품에 분산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재형저축은 주택청약종합저축과 달리 여러 계좌를 만들 수 있고, 증권사 재형저축펀드도 있어 수익률과 자금 사정에 맞춰 돈을 여러 계좌에 나누면 유리하다는 얘기다.
재형저축은 7년 이상 유지해야 이자소득세 면제 혜택을 볼 수 있으며, 그 안에 해지하면 일반 적금과 다를 게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소득의 지속 가능성과 자금지출 계획 등을 고려해 1~2개 이상 금융사 상품에 분산 가입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정금리 적용 기간과 우대금리 충족 요건 등 상품 설계가 은행마다 다른 만큼 상품 비교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가입 자격이 되는지도 미리 살펴둬야 한다. 직전연도 연봉이 5천만원 이하인 근로자나 연소득 3천500만원 이하 자영업자만 가입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재형저축 가입 대상자를 급여 소득자 620만명, 자영업자 280만명 등 900만명으로 추정한 바 있다.
국세청이 2012년 소득 자료를 토대로 가입자 적격 여부를 은행 등에 전달하면 가입 자격에 미달하는 계좌는 해지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6월까지는 고객이 2011년 귀속 소득금액증명원을 제출하게 된다"며 "적격 여부는 국세청이 내년 2월 말까지 확인·통보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