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류현진' 시대를 맞아 프로야구 최고 왼손 투수를 향한 후보 간의 경연이 시범경기에서 벌어지고 있다.
KIA의 양현종이 9일 한화를 상대로 가장 먼저 출격했고, 강윤구(넥센)이 14일 바통을 물려받았다.
한화의 유창식은 15일 넥센을 상대로 마운드에 오른다.
어깨 통증으로 중국 광저우에서 재활 중인 김광현(SK)은 17일 타자를 세워 놓고 던지는 라이브 피칭을 하고 조만간 귀국해 시범경기에 모습을 나타낼 예정이다.
미국에 건너간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뒤를 이어 '황금 왼팔'의 칭호를 꿰찰 4명 투수 간의 경쟁이 본격 막을 올리는 셈이다.
이들이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아야 원활하게 투수진을 운용하는 만큼 각 팀 감독이 4명의 투수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양현종과 강윤구는 첫 등판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양현종은 한화와의 경기에서 5이닝 동안 안타 4개를 맞았으나 실점 없이 역투했다.
강윤구도 한화 타선을 맞아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내려왔다.
두 투수는 그간 힘으로만 던지던 패턴에서 벗어나 겨우내 제구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고 첫 등판에서 볼넷을 각각 1개밖에 주지 않는 값진 성과를 안았다.
양현종, 강윤구, 유창식은 일찌감치 감독에게서 선발 내정을 통보받았다.
선동열 KIA 감독은 2010년 타이거즈 구단 왼손 투수로는 최다승인 16승을 올린 양현종을 시즌 내내 선발로 기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불펜 사정이 여의치 않아 상대적으로 강한 선발진으로 시즌을 꾸려가야 하는 상황에서 양현종은 선 감독이 추구하는 짠물 야구의 핵심 선수다.
지난 2년간 단 8승을 수확하는데 그친 양현종은 "올해만큼은 TV로 야구를 보지 않겠다"며 끝까지 컨디션을 유지해 더그아웃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이강철 수석·투수코치의 지도로 제구력을 가다듬은 강윤구도 "의미 없는 높은 볼을 던져 안타를 맞지 않도록 최대한 낮게 던지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데뷔 3년차를 맞은 유창식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생애 첫 시즌 두자릿수 승리를 향해 날개를 편다.
단내나는 훈련을 거쳐 몸에 맞는 릴리스 포인트(공을 놓는 지점)를 찾은 것이 큰 소득이다.
직구, 슬라이더 등 단조로운 볼 배합에서 벗어나 포크볼을 새로 습득, 한 단계 도약할 계기를 마련했다.
수술을 거부하고 재활을 택한 김광현의 빠른 복귀는 SK 팬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빅 뉴스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 두 차례나 어깨를 검진한 김광현은 수술해야 한다는 소견을 뒤로하고 재활을 고집했다.
마운드 복귀 시점을 기약할 수 없었으나 구단의 집중 치료로 김광현은 불과 3개월 사이 페이스를 정상 궤도로 끌어올렸다.
그는 일본 오키나와, 광저우 등 따뜻한 곳에서 치료와 함께 실전 투구를 병행했고 최근 불펜에서 100개 가까이 던지고 등판 준비를 마쳤다.
SK의 한 관계자는 "김광현이 귀국하면 한국에서 라이브 피칭을 한 번 더 할지, 시범경기에 곧바로 나설지 이만수 감독과 상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광현이 가세하면 SK는 조조 레이예스, 크리스 세든과 더불어 보기 드문 왼손 선발 트리오를 구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