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챔프전 문턱서 ‘3번째 좌절’

입력 2013.03.19 (20:53)

수정 2013.03.19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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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프로배구의 '명문 구단'을 자부하는 현대캐피탈이 또 챔피언결정전 문턱에서 우승의 꿈을 접었다.

현대캐피탈은 19일 인천 도원시립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대한항공에 패배, 2연패로 탈락하면서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현대캐피탈은 세 시즌 연속으로 챔프전 무대를 밟지 못했다.

프로 원년부터 6시즌 내내 챔프전에서 삼성화재와 맞붙어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해 '양강 구도'를 구축한 현대캐피탈이지만 2010-2011시즌부터 강호로 떠오른 대한항공에 밀려 올해도 '3인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현대캐피탈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올 시즌을 운영했다.

대한항공, LIG손해보험, 러시앤캐시 등 경쟁팀들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순위표를 오르락내리락했지만 현대캐피탈은 12월 중순 이후 줄곧 2∼3위를 지키며 플레이오프 티켓을 손에 넣었다.

미차 가스파리니·문성민 '거포 듀오'를 앞세워 올 시즌 가장 많은 공격 득점을 수확했고 서브도 6개 구단 중 2위에 올랐다.

세트당 수비(리시브+디그)도 19.378개로 3위에 올랐다.

그러나 반대로 현대캐피탈만의 전통의 장점은 사라졌고, 새롭게 내세울 만한 특별한 무기는 만들어내지 못했다.

우선 블로킹 벽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윤봉우·이선규 등 주전 센터들이 예전만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사이 '거미손 군단'으로 불리던 별칭은 러시앤캐시에 넘겨줬다.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블로킹 부문 5위에 머물렀다.

양쪽 날개의 활발한 공격으로 낮아진 중앙의 약점을 커버했지만 가스파리니·문성민 쌍포의 위력은 레오 마르티네스·박철우가 버틴 삼성화재에 미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리시브가 약한 탓에 빠른 공격의 강점을 살리기엔 2% 부족했고 위기를 돌파할 '해결사'로 믿음을 주기에는 기복이 심했다.

최태웅·권영민이라는 국가대표 출신의 걸출한 세터 두 명을 보유했지만 코트의 지휘관이 경기 중에도 수시로 바뀌다 보니 오히려 경기 운영에 일관성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작은 단점들이 포개지면서 전반적인 집중력도 떨어졌고, 쉽게 이길 경기도 어렵게 끌고 가거나 역전패하는 경우를 종종 보였다.

플레이오프에서도 1차전 승리를 눈앞에 두고 어이없는 역전패를 허용하는 등 이런 고질병이 고스란히 반복됐다.

현대캐피탈은 이제 미래를 향한 중요한 갈림길 앞에 섰다.

좌절을 거듭한 지난 세 시즌 동안 남자 프로배구에서는 평준화가 진행돼 어느 팀이든 강호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당장 올 시즌 마지막까지 플레이오프 진출을 두고 다툰 러시앤캐시나 LIG손보 등도 더는 얕볼 수 있는 전력이 아니다.

때문에 팀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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