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LIG·우리증권 동시변호…“윤리 저촉”

<앵커 멘트>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이 2천억 원대 사기 혐의를 놓고 소송전에 들어간 LIG 그룹과 우리투자증권을 동시에 변호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권투 경기에서 양쪽 선수 다 이기라고 한 사람이 코치를 보는 격인데요.

변호사협회는 윤리규칙에 저촉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습니다.

김준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LIG 그룹 경영진은 지난해 어음 2천2백억여 원 어치를 사기 발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변호는 김앤장이 맡았습니다.

<녹취> 구자원(LIG 회장) : "(회장님, 변호 과정에 만족하시나요?) … …"

김앤장은 해당 LIG 어음을 판매했다 잇단 소송을 당한 우리투자증권도 변호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증권이 LIG를 어음 사기로 고소할 정도로 입장이 정반대인데도, 김앤장이 동시에 변호한다는 점입니다.

투자자들과의 민사 재판에서 김앤장은 우리증권이 LIG의 어음 사기에 당했다고 변호해놓고, LIG 경영진의 형사 재판에선 어음 사기를 친 적이 없다고 변론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김정철(변호사) : "한쪽에서는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을 해야 되고, 한쪽에서는 나는 사기를 친 게 아니라고 주장을 해야되고, 과연 이런 모순된 주장을 한 변호사 한 곳에서 한 로펌에서 변론을 한다는 게 과연 타당할 것이냐."

실제 우리증권은 LIG를 변호하지 말라는 의사도 김앤장에 전했습니다.

회사의 민감한 소송 정보가 서로에게 누설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김앤장은 LIG와 우리증권의 입장이 정면 배치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고, 변호팀을 별도로 꾸렸기 때문에 이해충돌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KBS는 김앤장의 수임 행태를 변호사협회에 공식 질의했습니다.

변호사윤리규칙에 따라 김앤장이 LIG의 사건을 수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유권해석했습니다.

변협은 최근 10년간 수임 규정을 어긴 변호 20여 건을 적발해 최대 정직까지 징계했습니다.

KBS 뉴스 김준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