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 ‘대구 악몽 잊고’ 새 전설 달린다

입력 2013.08.12 (07:57)

수정 2013.08.12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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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거리 황제' 우사인 볼트(27·자메이카)가 제14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에서 정상을 되찾으면서 2년간 따라붙던 '대구의 악몽'에서도 완전히 벗어났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 단거리 3관왕(100m·200m·400m계주),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 3관왕,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대회 2관왕(200m·400m계주) 등 굵직한 대회에서 볼트의 레이스에 '패배'는 없다.

세 종목 모두에서 압도적인 세계 기록까지 보유해 입버릇처럼 되뇌던 "전설이 되겠다"는 말에 손색이 없다.

하지만 볼트의 이런 역사에서 유일하게 남은 오점이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이다.

당시 볼트는 레이스를 치르기도 전에 부정출발로 실격해 충격을 안겼다.

물론, 제대로 경기를 치르지 않은 만큼 여전히 볼트의 이력서에 '패배'는 없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당시의 실격은 패배보다 더 뼈아픈 것이었다.

워낙 스타트에서 약점을 보인다고 지적받아 온 터라 툭툭 털고 일어서기 어려운 마음의 부담을 지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볼트의 아성은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9초63만에 100m를 주파, 올림픽 기록을 작성하며 2연패를 달성하면서 볼트는 1년 만에 마음의 짐을 덜어냈다.

그리고 다시 찾은 세계선수권대회.

여전히 실격의 그림자는 볼트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대회 첫날 열린 남자 100m 1회전에서 볼트가 속한 7조의 출발 총성이 울리자마자 부정출발을 알리는 경고음이 경기장을 뒤흔들었다.

실격의 장본인은 바로 옆 레인의 케마르 하이먼(케이먼제도)였지만, 짧은 시간 동안 객석은 경악과 안도의 한숨으로 술렁였다.

볼트도 특유의 익살스런 표정을 짓기보다는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쓰는 기색이었다.

준결승에서도 다른 조에서 부정출발이 나오자 경기장의 중계 카메라는 집요하게 대기석에서 경기를 준비하는 볼트의 얼굴을 전광판에 비췄다.

하지만 첫날의 긴장을 넘긴 볼트는 달랐다. 이내 특유의 장난끼 넘치는 표정으로 객석에 웃음을 안긴 볼트는 여유 있게 준결승을 통과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도 익살맞은 포즈를 취하며 느긋한 자세를 유지했다.

볼트가 선택한 것은 모험보다는 안정적인 운영이었다.

결승에 나선 7명의 선수 가운데 볼트는 두 번째로 늦은 0.163초 만에 스타팅 블록을 박차고 나섰다. 가장 빠른 니켈 아슈미드(자메이카·0.142초)가 선두로 치고 올라가는 장면이 확연히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특유의 긴 다리를 이용한 폭발적인 가속력을 자랑한 볼트는 레이스 중반에 이르러 선두권으로 치고 나서더니 후반에는 저스틴 게이틀린까지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었다.

대구에서 겪은 시련을 물리치고 볼트가 '전설'의 새로운 페이지를 연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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