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의 가을 맞대결 앞두고 신경전 ‘팽팽’

입력 2013.10.15 (15:33)

수정 2013.10.1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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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성사된 포스트시즌 '더그아웃 시리즈'를 앞둔 프로야구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선수들의 말에는 끝까지 당긴 활시위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했다.

LG의 이병규(39)·봉중근(33), 두산의 홍성흔(37)·유희관(27) 등 양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은 플레이오프 개막을 하루 앞둔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덕담처럼 포장한 날 선 말로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였다.

두산 주장 홍성흔은 LG와의 맞대결을 두고 "첫사랑을 만난 설렘"에 비유하며 "첫사랑을 잘 어르고 달래 싸움에서 이기겠다"는 농담 섞인 각오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유희관이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이병규에게 장타를 맞은 기억을 되짚으며 "그 때 이병규 선배가 멋진 타격을 한 번 보여주셨으니 다음엔 이길 수 있도록 잘 분석해서 잡아볼 생각"이라고 승리욕을 드러냈다.

그러자 이병규는 "내가 지더라도 팀이 이길 테니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로 단칼에 유희관의 각오를 무색게 했다.

이병규의 '촌철살인'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두 팀의 마지막 포스트시즌 맞대결인 2000년 플레이오프의 기억을 묻는 말에 홍성흔은 "당시 우리는 우동수(우즈·김동주·심정수)라는 막강 타력을 앞세웠다"면서 "당시의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준비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당시 두산은 4승 2패로 LG를 물리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러나 이병규는 "지난 일을 빨리 잊는 버릇이 있어서 기억이 잘 안난다"면서 "2000년은 기억이 없고, 2013년 10월 16일부터 새 기억을 만들겠다"는 짤막한 답변으로 홍성흔을 머쓱하게 했다.

조심해야 할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한 번 더 신경전이 벌어졌다.

홍성흔은 "이병규 형이 한 번 안타를 치면 3∼4안타가 기본이고, 그렇게 타선을 이끌면 시너지도 대단하다"면서 "첫 타석부터 침묵하게 만들면 시리즈가 행복할 것"이라고 이병규를 겨냥했다.

그러자 앞서 "두산의 모든 타자가 경계 대상"이라고만 말하던 이병규는 다시 마이크를 들고 "홍성흔의 세리머니를 보면 선수들이 언짢아할 테니 첫 타석에 홈런을 맞지 말아야 한다"고 반격했다.

봉중근도 "다들 즐긴다고 말하지만 준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보면 즐기지 못한 것 같은데, 우리는 즐기겠다"며 두산을 향해 자존심을 세웠다.

입담이라면 뒤지지 않는 두산 선수단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홍성흔은 "여태 포스트시즌을 치르며 즐기자는 말을 많이 했지만 다 실패했다"면서 "그래서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생계가 달려 있으니 죽기살기다'라는 콘셉트로 해서 성공했다"며 '즐기겠다'는 말을 거듭한 LG를 겨냥했다.

유희관도 "시즌 내내 경기해서 체력적으로는 괜찮다"며 "5차전까지 가서 극적인 승리를 거둬 팀 분위기가 최정상으로 완벽히 이어졌다"면서 특유의 '여유'로 LG의 날카로운 기세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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