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앞두고 몸 낮춘 V리그 감독들 ‘엄살’

입력 2013.10.28 (16:00)

수정 2013.10.2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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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V리그 개막을 앞두고 한데 모인 남자부 사령탑들은 정상을 향한 포부를 깊숙이 숨겨둔 채 몸을 낮추기 바빴다.

남자부 7개 구단 감독과 선수들의 2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NH 농협 2013-2014 V리그 미디어데이에 나와 내달 2일 개막하는 정규리그에 나서는 소감을 밝혔다.

행사에 나선 이들은 이번 시즌 자신의 팀 순위를 예상하면서 대부분 손가락 1∼2개를 들어 보이며 각오를 다졌지만, 실제 전력을 자평하는 말에는 '엄살'이 대부분이었다.

디펜딩 챔피언인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이 먼저 겸손을 떨었다.

신 감독은 올 시즌 판도를 '1강 2중 4약'으로 예상하면서 "1강은 현대캐피탈이고 2중은 대한항공과 우리카드"라며 "우리를 포함한 나머지 팀은 거기서 거기"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까지 무려 6년 연속 챔피언에 오르는 신화를 쓰고도 항상 부족한 점을 먼저 보는 특유의 치밀함이 묻어나오는 분석이다.

신 감독은 "시즌을 맞이하는 것은 늘 두려움으로 다가온다"면서 "10년 가까이 드래프트에서 마지막 순서를 뽑으니 우리 색깔을 내기 어렵고 어떻게 훈련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똘똘 뭉쳐서 좋은 팀을 만들려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신 감독이 이렇게 몸을 사리자 나머지 감독들도 그 태도를 따라갔다.

신 감독에게 '1강'으로 지목받은 현대캐피탈의 김호철 감독은 "신 감독이 언제나 시즌 전에 엄살을 부리는 것을 잘 아리라 본다"면서 "대한항공이나 삼성화재, 우리카드, LIG손해보험이 다 비슷한 수준이라 본다"고 반격에 나섰다.

김 감독은 "우리카드 강만수 감독이 젊은 팀을 만드셔서 맞붙기 어려울 것 같고, 신치용 감독은 항상 여우와 같은 지략을 내놓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은근히 경쟁자들을 견제했다.

이어 "우리 팀은 에이스 문성민이 바로 참가하지 못하는 부담을 안고 시즌을 치른다"며 한 걸음을 물러섰다.

이에 우리카드의 강만수 감독도 "대한항공, 삼성화재, LIG손보, 현대캐피탈이 4강"이라고 응수하며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지만 일단 최선을 다해 4강에 드는 것이 목표"라고 겸손한 출사표를 내밀었다.

LIG손해보험의 문용관 감독도 "목표는 겸손하게 플레이오프 진출로 잡았다"며 낮춰 부르기에 동참했다.

문 감독은 "우리 팀은 항상 많이 맞던 팀"이라며 "전체적인 면에서 연체동물 같던 팀을 척추동물로 바꾸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도 "이기고도 비판받는 경기가 있고 지고도 박수받는 경기가 있는데, 우리는 우선 승리를 목표로 하되 박수받는 경기를 하겠다"고 목표를 에둘러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학민, 한선수 등 주축 선수가 일시에 빠져나간 데 대해 "김학민의 자리는 신영수가 메울 것이고, 한선수의 자리를 메울 황동일은 예전의 그가 아니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치려 했다.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우리도 선수들이 손발을 맞출 시간이 많이 않아 아직은 팀의 색깔이 모호하다"면서 "달라지는 모습으로 다가갈 테니 지켜봐 달라"고 짤막한 각오를 남겼다.

신생팀 러시앤캐시의 창단 사령탑으로 첫 시즌을 맞는 김세진 감독도 전력차를 인정하면서 "치열한 전쟁터에서 제 정신으로는 쫓아가기 힘들 것 같으니 우리는 한 번 미쳐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 감독은 "시간이 부족해 아직 목표를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 "실력보다는 젊은 패기를 우선으로 올 연말을 보낸 뒤 내년에 돌입할 때 새로운 각오를 밝히겠다"고 부연했다.

감독들과 달리 선수들은 강해진 전력으로 코트를 달구겠다는 각오를 숨기지 않았다.

삼성화재 고희진은 "각오는 다른 것 없고, 무조건 통합 우승"이라는 짧은 말로 가슴 속의 포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에 6전 전패한 LIG손보의 하현용은 "전 구단 상대 승리를 하겠다"고 오랜 맞수를 겨냥하기도 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면서 "연습을 많이 할수록 오히려 기량이 올라오고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지난 시즌 최고의 용병으로 우뚝 선 삼성화재 레오는 "팀워크를 쌓아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목표로 챔피언을 향해 뛰겠다"고 승리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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