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고층 빌딩지대 항공 안전사고 ‘비상’

입력 2013.11.17 (20:12)

수정 2013.11.17 (20:14)

지상 50층 이상 초고층 18곳…사고재발 우려 여전
전문가들 "비행금지 구역 설정·고도제한 강화 필요"

지난 16일 서울 도심에서 헬기가 고층 아파트에 충돌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하자 초고층 빌딩이 밀집한 강남 지역에서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잠실에 들어서는 제2롯데월드 건설에 대한 안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빽빽한 고층 빌딩 숲 서울 =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는 지상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이 모두 18개가 있다. 지역별로는 강남구에 가장 많은 8개가 집중돼 있고 광진·영등포구에 각 3개, 구로·성동·송파·양천구에 각 1개가 있다.

강남구에는 55∼69층에 이르는 타워팰리스 6개 동이 한곳에 모여 있다. 무역센터(54층)와 아카데미스위트(51층) 등 초고층건물도 들어서 있다.

전날 헬기가 충돌한 아이파크 아파트도 강남구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아파트는 50층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상 46층, 45층, 38층짜리 3개 동으로 이뤄졌다.

강남구에는 이 밖에도 20층이 넘는 주상복합 건물이 7개 더 있다.

광진구에는 공동주택인 더샵스타시티 A동과 C동(50층), 주상복합형 실버타운인 더클래식500(50층)이 들어서 있다. 영등포구에는 63빌딩(60층), 전경련회관(50층), 국제금융센터B동(55층) 등 초고층 업무
시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구로구에는 디큐브시티(51층), 성동구에는 한숲e편한세상(51층), 양천구에는 현대하이페리온(69층) 등 공동주택이 우뚝 솟아 있다.

송파구에는 2015년 완공을 목표로 지하 5층, 지상 123층의 최고층 빌딩인 제2롯데월드 '롯데슈퍼타워'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이 건물은 완공되면 세계 6위의 초고층빌딩이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건축허가 당시 공군에서 성남공항의 항공 안전에 문제를 일으킨다며 격렬하게 반대했다.

도심 개발로 곳곳이 마천루로 덮여 가는 가운데 지상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 18개 중 9개가 공동주택이고 강남권에 몰려 있어 이 지역 주민들의 불안과 우려는 커지고 있다.

◇ 항공사고에 '속수무책' = 초고층 건물이 집중된 강남 지역은 인근 성남공항을 오가는 군용기·헬기와 잠실선착장을 오가는 민간 헬기 등 위험 요인에 항상 노출돼 있다.

전날 사고에서 보듯 항공기 사고 우려가 있지만 날아드는 비행기나 헬기를 피할 수는 상황이라 마땅한 대비책이 없다는 게 고층 건물 관리 주체들의 고민이다.

도곡동 아카데미스위트 관계자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서 우리 나름대로 방안을 세우려고 하고는 있는데 어떤 방안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월요일인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워팰리스 관계자는 "어제 사고처럼 외부에서 충돌하는 건 매우 특이한 경우인데 항상 '사주경계'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안개로 시야 확보가 안 되는 상황에서 건물 외부에 경광등을 아무리 많이 달았더라도 속수무책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무용 고층 빌딩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형 행사가 자주 열리는 건물에서도 전날과 같은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삼성동 무역센터의 경우 G20 회의나 핵안보정상회의 등 굵직한 행사를 치르면서 경찰·소방·군 등과 상시적인 대응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무역센터 관계자는 "옥외 경광등이나 사고에 대비하는 하드웨어는 굉장히 잘 돼 있지만 기상 조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자체적으로 대응할 방안이 없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항공기 사고의 빈발 가능성을 경고했다.

강남권이 발전하면서 성남공항을 오가는 항공기가 큰 위험 요인이 됐고 잠실 쪽은 한강을 옆에 두고 있어서 안개 낄 때가 잦아 도심을 오가는 목적으로 운행하는 헬기로 인해 사고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승인받아 건설 중인 제2롯데월드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성남공항을 이용하는 비행기가 항로를 조금만 벗어나도 충돌할 가능성이 큰데 활주로 각도를 몇 도 튼다고 해서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제2롯데월드 건설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안전 확보 위해 관련 법 적용 엄격해야 = 전문가들은 도심 항공기 사고를 막으려면 관련 법규를 엄격히 준수하고 운항 위험 요인을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우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항공법과 건축법 등에서 정한 기준을 느슨히 해석해선 안 된다"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전문가들이 연구해 만든 법적 기준을 철저히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항공기 이착륙 시 소음과 연료 소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항 기법이 연구되고 있다"며 "안전을 고려한 운항기법과 이착륙 루트 개척도 함께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진수 교수는 "모든 규정을 준수해도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며 "도심 건물 밀집 지역을 추가로 비행 금지 구역으로 설정하거나 위험 지역에 고도제한을 강화해 위험 요인을 완전히 제거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