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50대 남매, 채권자 살해 후 유기

입력 2013.12.25 (08:36)

수정 2013.12.25 (11:00)

<앵커 멘트>

얼마 전 60대 한 남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50대 남녀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피해자가 빌려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이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김기흥 기자 나와 있습니다.

범행을 저지른 두 사람이 친 남매라면서요?

<기자 멘트>

오늘 같은 날 이런 내용을 말씀 드리기가 좀 그렇지만 이들은 사람을 죽이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현장검증 당시 경찰이 촬영한 동영상이 있는데요.

이 동영상을 보면 어떻게 저렇게 당시 상황을 뻔뻔하게 재현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돕니다.

오로지 돈을 갚지 않기 위해 이들 남매는 계획대로 범행을 이어갔는데요.

채권자를 살해하고 유기한 무정한 50대 남매, 이들의 범행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경남 거창의 한 야산.

눈 쌓인 산길 한 쪽에서 한 여성이 큰 자루를 산 밑으로 굴립니다.

<녹취> 서00(피의자/음성변조) : “제가 이렇게 굴렸어요. 그리고 저기까지 따라 내려갔어요.”

산 밑으로 내려간 경찰이 낙엽과 흙을 긁어내고 땅을 파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시신을 넣었던 자루가 드러납니다.

시신은 지난 1일 실종됐던 65살 이 모씨!

집을 나간 지 18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정연우(경사/마산 동부경찰서 강력3팀) : “시신은 비닐에 싸여진 채 그 위에 자루를 놓고 야산에 유기되어 있었는데...”

이 씨를 살해한 피의자는 59살 서 모씨와 53살 서 모씨.

두 사람은 놀랍게도 친남매였는데요.

사건 당일, 서 씨 남매와 숨진 이 씨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끔찍한 살인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 1일.

남동생과 함께 있던 서 씨는 오전 10시쯤, 이 씨에게 전화를 걸어 ‘점심을 함께 먹자’는 구실로 이 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였는데요.

<인터뷰> 정연우(경사/마산 동부경찰서 강력3팀) : “매일 같이 있던 가족들이 놀러간 틈을 이용한 것도 그렇고 동생이 온 것을 빌미로...”

점심을 먹고 난 뒤 오후 4시쯤, 이 씨는 서 씨의 남동생과 함께 고스톱을 치고 있었습니다.

이 씨가 고스톱에 푹 빠져 있는 상황을 노리고 있던 서 씨.

주방에서 미리 준비해둔 둔기를 몰래 가져와 갑자기 이 씨의 머리를 마구 내리쳤는데요.

<녹취> 서00(피의자/음성변조) : “제가 이렇게 쳤습니다. 이렇게 한 번 치고, 한 번 더 치고 엎어져서 바로 카펫을 덮었습니다.”

심한 충격으로 인해 이 씨가 결국 숨지자 서 씨는 남동생과 함께 이 씨의 시신을 비닐로 싼 다음 끈으로 묶고 자루에 담아 자신의 승용차에 실었습니다.

그리고는 밤 8시 20분쯤, 경남 거창의 한 야산에 도착해 이 씨의 시신을 매장한 겁니다.

<인터뷰> 정연우(경사/마산 동부경찰서 강력3팀) : “처음에 사망했을 때 (시신을) 카펫으로 덮었답니다. 부검 결과, 두개골 함몰에 의한 골절.”

<기자 멘트>

돈을 받으러 간다며 집을 나섰던 이 씨가 돌아오지 않자 가족들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는데요.

그렇다면 이 씨는 누구에게 무슨 돈을 받으러 갔던 갈까요?

또 서 씨 남매와는 어떤 관계였을까요?

<리포트>

지난해 10월, 서 씨는 자신의 집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가스 배관설치 업자였던 이 씨를 처음 만나게 됐다고 하는데요.

이 씨가 돈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자신이 평소 법조계와 정계에 아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 씨에게 솔깃한 제안을 했습니다.

<인터뷰> 정연우(경사/마산 동부경찰서 강력3팀) : “부동산 투자를 하면, 그 사람들의 결재가 떨어지면 그 땅이 두 배, 세 배 오를 것이다 그러면 그 수익금을 되돌려주겠다, 그런 식의 감언이설로...”

서 씨는 지난해 11월, 이 씨에게서 3억 원을 투자받은 것을 시작으로 네 차례에 걸쳐 모두 6억 3천만 원의 돈을 건네받았는데요.

하지만 이 씨가 투자한 땅은 아무런 실체도 없는 가상의 땅!

사기 전과 3범인 서 씨는 이 씨에게 받은 돈으로 아들에게 고급 승용차를 사주거나 공범인 남동생의 아파트를 구입하는데 사용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투자 원금은커녕 수익금 한 푼 받지 못한 이 씨는 뒤늦게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아챘고 지난 8월부터 서 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재촉하기 시작했는데요.

<인터뷰> 정연우(경사/마산 동부경찰서 강력3팀) : “사망 전날에도 돈을 내놓든지, 나하고 죽든지 하자면서 농약병까지 가지고 올라간 상태였습니다. 겨우 달래서 피해자를 돌려보냈고...”

하지만 갚을 능력이 전혀 없었던 서 씨.

아예 이 씨의 빚 독촉이 갈수록 심해지자 이 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범행을 계획한 겁니다.

<인터뷰> 정연우(경사/마산 동부경찰서 강력3팀) : “시신 유기라든지 이런 부분에서 비닐이나 빨래줄, 자루 이런 것이 있었던 것으로 봐서는...”

그리고 지난 1일, 이 씨는 결국 무참히 살해되고 말았는데요.

그날 이후 유가족은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유가족(음성변조) : “그렇게 잔인한 여자가 있을까요, 세상에. 사람입니까. 계속 술로 보내고 밤이 되면 잠을 못자고. 그 뒤로 잠을 못자요. 그리 삽니다, 내가.”

지난 2일, 이 씨의 행적을 추적하던 과정에서 휴대전화의 최종 위치가 이 씨의 집과 멀리 떨어진 저수지 부근에서 확인된 점을 미뤄볼 때 범죄와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한 경찰은 다음날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이 씨가 돈을 받으러 나갔다 사라졌다는 가족의 증언을 토대로, 이 씨의 돈 거래 정황을 포착해 서 씨를 용의 선상에 올려놓았습니다.

하지만 직접적인 증거를 찾을 수 없었는데요.

서 씨 남매는 시신을 유기한 장소의 인근에 살던 지인을 찾아가 사과를 산 것처럼 속이고, 또 다른 지인으로부터 김장용 배추를 가져오는 것으로 범행 시간대 알리바이를 조작했습니다.

<인터뷰> 정연우(경사/마산 동부경찰서 강력3팀) : “심증은 가지만 시체라든지 명백한 물증이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서 조사한 과정에서 너무 거짓말도 많았고.”

게다가 범행 도구와 범행 흔적이 남은 증거들을 3군데로 나눠서 버리는 용의주도함까지 보였는데요.

이처럼 완전범죄를 노렸던 서 씨 남매!

하지만, 범행장소 주변 CCTV를 분석하던 경찰이 사건 발생 당시, 사과를 구입했다는 서 씨 남매의 알리바이가 거짓이라는 증거를 확보하면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풀렸는데요.

그리고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던 서 씨가 갑자기 사라진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지난 14일, 서 씨의 남동생으로부터 사건 당일 알리바이를 집중적으로 추궁한 끝에 결국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거창의 한 원룸에 은신해 있던 서 씨를 마침내 검거했는데요.

<인터뷰> 서00(피의자/음성변조) : “반성하고 있습니다. 정말 죽고 싶습니다.”

경찰은 누나 서 씨를 살인과 시신 유기 혐의로, 남동생은 살인방조와 시신 유기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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