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내수 부진 속에 자영업자들의 빚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영업자들이 은행에서 빌린 돈은 190조 원으로 1년 전 보다 16조 원 가량 늘었습니다.
매달 1조 원 넘게 자영업자 빚이 급증한 겁니다.
빚과 이자부담은 늘어나는데 수입은 줄고 인건비와 월세 등 비용은 늘어나 '삼중고'에 빠진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한보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요즘 하루종일 가게 문을 열고 있어도 손님 구경하기 힘든 청계천 공구상가.
30년째 산업안전용품을 팔아온 곽우동 씨의 가게도 지난 1년 동안 매출이 30%나 줄었습니다.
건설 경기 불황 탓입니다.
직원 4명의 인건비를 주고 한 달 200만 원씩 임대료를 내다보니 빚만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곽우동(산업안전용품 가게 운영) : "은행에서 할 수 없이 1년 살 것을 대출해서...1년 살다보면 부족하니까 또 돈을 빌리게 되고, 빌리게 되고, 갑작스럽게 문을 닫아 버릴 수는 없잖아요."
시청 인근 지하상가에서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송은주 씨는 올 들어 닷새 동안 손님이 고작 두 명이었습니다.
엔저의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매출의 70%를 올려주던 일본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 탓입니다.
지난 몇 달 동안 5개 은행에서 1억 원을 빌려 겨우 버티고 있지만,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더 어렵습니다.
<인터뷰> 송은주(기념품 가게 운영) : "이걸 팔아서 오죽하면 이 가게를 팔아서 은행 것(돈)을 갚고 싶은데 아무리 내놔도 사람들이, 보러오는 사람이 없어요."
자영업자의 절반이 창업한 지 3년 안에 문을 닫는 상황.
폐업이 남의 일이 아닌 자영업자들의 체감 경기는 이 겨울 추위보다 더 차갑습니다.
KBS 뉴스 한보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