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전셋값 폭등’ 이제는 월세시대

입력 2014.11.12 (21:09)

수정 2014.11.12 (21:55)

<기자 멘트>

"3억 1341만 원."

웬만한 아파트 한채 값 같지만 사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입니다.

1년 전보다 3천만 원, 2년 전보다는 5천만 원 가까이 오른 건데, '전세가 미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승세가 꺾이질 않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전셋값을 올려주지 못해 월세로 전환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는데요,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늘면서 생활고가 커지고 있습니다.

먼저, 임대차 시장의 실태를 황진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월세 전환 가속화, 늘어난 주거 비용 ▼

<리포트>

석 달 뒤 전세 재계약을 앞둔 40살 홍모 씨는 눈앞이 캄캄합니다.

집주인이 전세 3억 8천만 원 대신 보증금 3억 원에 매달 100만 원씩 월세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홍 모 씨(전세 세입자) : "매달 백만 원 가까이 부담한다는 게 월급쟁이 입장에선 많이 부담되죠. 다른 곳으로 좀 더 싼 곳으로 이사하는 것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말 현재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1.6%로 3년 전보다 8.7%포인트나 높아졌습니다.

보증금이 적거나 없는 경우와 기존의 전세를 보증부 월세로 돌려 확정일자를 받을 필요가 없는 월세까지 더하면 월세 비중은 이미 50%를 넘었다는 게 업계의 관측입니다.

문제는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면 서민들의 주거비용은 크게 늘어난다는 겁니다

전세금 1억 원을 올려주기 위해 대출을 받을 경우 연 3.2%를 적용받아 연간 320만 원이 들지만

월세로 전환할 경우 평균 전월세 전환율 7.2%를 적용하면 매달 60만 원씩 720만 원이 필요합니다.

이 같은 월세 전환은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다세대 주택이나 다가구 주택에서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급격한 월세 전환이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더 팍팍하게 하고 있습니다.

▼ 월세 시대 도래 이유는? ▼

<기자 멘트>

이처럼 월세가 빠르게 느는 이유, 바로 전세가 그만큼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매가 5억 원짜리 아파트를 볼까요?

집을 살 때 내는 취득세, 1년치 재산세만 6백만 원이 넘습니다.

여기에 5억 원에 대한 대출이자 연 2%를 가정하면 천만 원의 기회비용이 들어갑니다.

집주인이 전세를 주고 이 비용을 부담하기 위해선 집값이 계속 올라줘야 하는데요, 서울의 아파트값은 최근 3년간 오히려 6%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전세를 놓을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저금리도 월세가 늘어나는 이윱니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3억 원을 은행에 넣어봐도 연 2%의 금리를 적용하면 세금 빼고 손에 쥐는 이자가 한 달 42만 원에 불과합니다.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시장 논리라는 얘깁니다.

변화하는 인구구조도 월세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3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 사이를 집 구매에 나서는 실수요자층으로 분류하는데요, 2010년 854만 가구를 정점으로 2030년에는 200만 가구나 감소합니다.

집 살 사람이 줄어들면 집값이 오를 가능성은 낮겠죠, 따라서 집을 소유하기보다는 임대료를 내는 월세가 주택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도 전세의 월세전환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월세시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

▼ 저소득층은 더 고통…대책 서둘러야 ▼

<리포트>

84㎡ 다세대주택에 사는 김 모 씨.

보증금 8천만 원에 매달 60만 원씩 월세를 내고 있습니다.

월급 2백만 원 가운데 30%가 주거비용으로 나가는 셈입니다.

<인터뷰> 김OO(월세 세입자) : "월세 지출하고 애들 학원비며 학비를 뺀 나머지로 생활해야 하니까 한 달 생활이 굉장히 빠듯합니다."

월세부담 때문에 소비여력이 줄고 있단 얘깁니다.

전세의 월세 전환은 국민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공공임대 등을 통해 월세 공급을 늘린 뒤 경쟁을 통해 월세를 낮춰야 합니다.

특히 일정 소득 이하의 저소득층에겐 월세 일부를 지원하는 정책도 마련돼야 합니다.

<인터뷰> 함영진(부동산 본부장) : "월세 대출과 관련된 상품이라든지 월세와 관련된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보증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지고요."

주택 임대차 보호법은 보증금 보호와 함께 월세 인상률도 제한하는 체계로 바뀌어야 합니다.

전세의 월세전환은 목돈을 모아 전세를 거친 뒤 내 집을 장만하려는 서민들의 꿈도 깨뜨리고 있습니다.

싼 금리로 집값을 30년 이상 나눠내는 장기 주택상품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는 이윱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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