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무게 1Kg의 '금괴'입니다.
한국거래소가 금괴 거래 참고용으로 만든 모형입니다만 진품이라면 휴대전화만한 이 금괴 하나의 가격이 5천만원이 넘습니다.
워낙 고가이다 보니 한국거래소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10Kg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집주인도 모르게 숨겨져 있던 금괴 130여 개가 우연히 발견돼 주인 몰래 빼돌려지는 영화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홍진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 8월, 한 사무실에 불이 났습니다.
나흘 뒤 보수 작업을 하러 온 조 모 등 인부 3명은 뜻밖의 물건을 발견합니다.
불탄 붙박이장을 떼어내니 아래에 나무상자가 보였습니다.
열어보니 신문지에 싸인 1킬로그램짜리 금괴 130여개가 들어있었습니다.
시가로 무려 65억 원어칩니다.
조 씨 등은 한 개씩만 몰래 가져 가고, 신고하지 않기로 합의합니다.
하지만 조 씨는 그날 밤 동거녀와 함께 금괴를 모두 훔쳐 달아났습니다.
<인터뷰> 조 모씨(피의자) : "금이 그렇게 있는데 (주인이) 오지 않는다는 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조 씨가 2층 사무실에서 금괴를 훔칠 때까지 집 주인은 금괴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금괴의 원주인은 2003년 사망한 건물주 박 모씨였습니다.
자산가였던 박 씨는 재산을 금괴로 바꿔 보관해왔는데, 100여 개는 가족에게 물려줬지만, 나머지는 미처 알려주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인터뷰> 강종구(서울 서초경찰서 강력5팀장) : "알츠하이머병에 걸려서 갑자기 사망하니까, 장롱 밑에 있는 금괴를 유족한테 얘기하지 못하고..."
완전 범죄가 될 뻔했던 범행은 조 씨가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들통이 났습니다.
조 씨가 새 애인과 금괴를 갖고 잠적하자, 동거녀는 심부름센터에 추적을 의뢰했고, 심부름 센터 직원이 경찰에 신고해 전모가 드러났습니다.
조 씨가 경찰에 붙잡혔을 때 금괴는 40여 개만 남아있었습니다.
이미 수십억원을 사업투자와 외제차 구입, 유흥비 등에 쓴 뒤였습니다.
경찰은 조 씨를 구속하고, 동거녀와 장물 업자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