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위 자살…청와대 문건 유출 수사 차질 불가피

입력 2014.12.13 (19:22)

수정 2014.12.13 (19:44)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던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최모(45) 경위가 13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검찰 수사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경위는 다량의 청와대 문건이 외부에 유포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검찰이 지목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이 지난 2월 청와대 파견을 마치고 경찰로 복귀하기 위해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로 보낸 개인 짐에서 문건 100여건을 빼돌려 언론사 등에 유포했다는 것이 최 경위에게 적용된 혐의였다.

함께 수사를 받던 정보1분실 한모 경위의 경우, 단순히 박 경정의 문건을 복사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경위가 유포한 문건 중 일부는 세계일보 등 언론사로 들어갔고, 이 중 일부를 박관천 경정이 지난 4월 복사해 청와대 측에 "문건이 시중에 나돌고 있다"고 알렸다는 것이 지금까지 검찰이 파악한 문건 유출 및 유포 과정의 전말이다.

문건에는 박지만 EG 회장의 측근 동향을 비롯한 대통령 친인척 관련 첩보나 풍문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경위의 문건 유포 이후 상황은 향후 검찰이 규명해야 할 수사 대상이었다. 청와대는 문건 작성 및 유출 행위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과 박 경정 등 '7인회'가 주도했다는 감찰 결과를 검찰에 전달하기도 했다.

'7인회'의 실체 규명 등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문건 유포 과정의 핵심 인물이 숨을 거두면서 검찰의 수사는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커졌다.

7인회 수사에 앞서 문건 유출 및 유포 과정의 밑그림을 명확히 그려두려 했던 검찰로서는 최 경위와 연계된 부분을 채워넣기 어려운 형편이 됐다.

검찰은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수사팀은 긴급 회의를 열고 대책을 숙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경위의 사망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다는 반응을 내놨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으로 생각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수사의 향배를 떠나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생겨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 검사는 "무엇보다 귀한 목숨을 잃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검찰 일각에선 이번 사건처럼 정치적 속성이 짙은 사안을 왜 우리가 수사해야 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재경 검찰청의 한 검사는 "권력간 알력에서 비롯된 문제는 정치의 장에서 해결했어야 한다. 범죄로서 다루는 것 자체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피의자 자살로 검찰은 도의적 부담을 느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무리한 수사로 피의자가 목숨을 끊은 게 아닌지를 놓고 논란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자살한 사례는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지난 7월에는 납품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한국철도시설공단 전직 이사장과 간부가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최 경위와 관련, "수사 과정에서 어떠한 강압행위나 위법한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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