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우연히 집주인도 모르게 숨겨져 있던 금괴를 발견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무려 130여개의 금괴를 주인 몰래 훔친 범인이 검거됐습니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이슬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 8월, 한 사무실에 불이 났습니다.
나흘 뒤 보수 작업을 하러 온 조 모 씨 등 인부 3명은 뜻밖의 물건을 발견합니다.
불탄 붙박이장을 떼어내니 오른쪽 아래 나무상자가 보였습니다.
열어보니 신문지에 싸인 1킬로그램짜리 금괴 130여개가 들어있었습니다.
시가로 무려 65억 원어칩니다.
조 씨는 함께 작업하던 동료들을 따돌린 뒤 그날 밤 동거녀와 함께 금괴를 모두 훔쳐 달아났습니다.
<녹취> 조 모씨(피의자) : "금이 그렇게 있는데 (주인이) 오지 않는다는 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금괴의 원주인은 건물주 김 모 할머니의 사망한 남편 박 모씨였는데 가족들은 박씨가 금괴를 남겨놨다는 사실 조차 몰랐습니다.
박 씨는 1960년대부터 강남의 땅을 매입하는 등 토지와 금융에 투자해 막대한 재산을 모았고, 한 사학재단의 이사장까지 지냈습니다.
믿을건 금밖에 없다며 박 씨는 재산을 금괴로 바꿔 보관해왔는데, 100여 개는 가족에게 물려줬지만, 나머지는 미처 알려주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겁니다.
주인도 모르는 금괴를 훔치면서 완전 범죄가 이뤄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바람이 난 조씨를 추적하기위해 동거녀가 심부름센터에 의뢰를 맡기는 과정에서 조씨는 경찰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경찰이 조 씨가 숨어 있던 집에 들이닥쳤을 때, 금괴는 40개만 남아있었습니다.
이미 금괴 60여개를 수십억원에 팔아 사업투자와 외제차 구입, 유흥비 등에 쓴 뒤였습니다.
조씨는 경찰에 구속 됐지만, 남은 금괴는 또 다른 가족간 분쟁을 몰고 왔습니다.
금괴의 원주인인 박씨는 생전에 4명의 부인과 7남1녀의 자녀를 뒀는데, 전 재산을 둘째 부인에게 준다는 유서 때문에 유산의 분배를 둘러싸고 자녀들과 갈등이 계속돼 왔기 때문입니다.
최소한의 상속분을 받지 못한 자녀들이 이번 금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어 발견된 금괴의 최종적인 행방은 법적 분쟁을 통해 가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이슬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