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신다운(서울시청)이 투병 중인 선배 노진규를 향한 애틋한 동료애를 드러냈다.
신다운은 20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4-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4차 대회 남자 1,500m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올림픽의 부진을 잊고 싶어 이번 시즌 더 열심히 준비했다. 결과가 좋아 무척 기쁘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신다운은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20초755 만에 결승선을 통과, 천더취안(중국·2분20초835)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신다운에게는 어느 때보다 값진 금메달이다.
그는 지난 시즌 남자 대표팀의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으나 월드컵 개인종목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2차 대회에도 남다른 각오로 나섰으나 500m, 1,000m는 예선에서 탈락하고, 1,500m는 결승에서 임페딩 반칙으로 실격돼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후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첫 종목인 1,500m 준결승에서 넘어진 이후 자신감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절치부심한 올 시즌 그는 월드컵 4개 대회 모두 개인종목 금메달을 목에 거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1,500m는 지난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3차 대회에 이어 이번이 두 대회 연속 우승이며, 지난달 1차 대회를 포함해 올 시즌 세 번째 금메달이다.
지난해 서울 월드컵의 아쉬움을 깨끗이 털어낸 신다운은 "작년에 제가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하는 상황이었는데 충실하지 못했다"면서 "저 때문에 우리나라가 부진한 것 같은 마음이 컸다"고 돌아봤다.
이어 "지난 시즌에는 1차 대회에서 부상을 입은 여파가 이어졌던 것 같고, 올 시즌에는 1차부터 잘 풀리니 계속 그렇게 된다. 쇼트트랙은 정말 흐름이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상식에서 신다운은 투병 중인 전 대표팀 동료 노진규의 사진을 자신의 얼굴에 대는 세리머니로 감동을 안겼다.
신다운 등과 함께 소치 올림픽 출전을 준비하던 노진규는 뼈 암의 일종인 골육종이라는 진단을 받아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신다운은 이날의 세리머니가 "올림픽 때 하려고 준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1월 프랑스에서 전지훈련에서 (노)진규 형이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이 컸다. 가족 같은 존재가 그렇게 아픈 가운데서도 함께 훈련하고 대회에 나가는 것을 보고 느낀 점도 많았다"며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보였다.
이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세리머니를 해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꼭 다시 하고 싶었다"면서 "특히 오늘 진규 형의 주종목인 1,500m에서 금메달을 따고 할 수 있어서 더욱 기쁘다"며 벅찬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노)진규 형에게 보답하지 못한 것이 너무 미안해서 먼저 연락하지 못하고 병문안도 못 갔다"며 아쉬워하던 그는 "이제는 미안함이 조금은 풀린 것 같다"고 미소를 되찾았다.
신다운은 "올 시즌을 준비하며 체력은 많이 보강했지만, 순간 스피드나 순발력, 스타트나 추월 등은 부족하다"면서 "보완해서 남은 시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굳게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