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CCTV가 우리 생활속에 익숙해지면서 이제는 일터에서 직원들을 감시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당하는 직원입장에선 기분나쁘지만 마땅히 거부할 방법이 없습니다.
임세흠 기자입니다.
<리포트>
CCTV는 똑똑해지고, 일터에서 그 시선은 더욱 날카로워졌습니다.
종업원들의 몸짓 하나 하나는 사장의 손바닥 안 휴대전화로 전송됩니다.
<녹취> 김00(A 주점 사장) : "(네. 사장님) □□아 나야. 손님 없으니까 너 지금 게임하고 있었지? 야, 손님 없다고 게임하지 말고 좀 가서 손님 잘 보라고. (알겠습니다.)"
카메라는 정확히 계산대의 아르바이트생을 향해 있습니다.
카메라 너머엔 사장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00(B 커피숍 아르바이트생) : "제가 앉는 모습을 보면 싫으신가봐요. 그래서 일어나서 정리라도 할래?이런 식으로 (전화)오고요. 오픈할 때였는데, 앞치마 안맸으니까, 얼른 매라, 아니면 머리 묶어라 이런 식으로도 (전화)온 적 있었어요 ."
누군가 자신을 훔쳐본다는 느낌에 섬뜩하지만 똑부러진 항의는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인터뷰> 이00(B 커피숍 아르바이트생) : "아 나를 왜 이렇게 지켜보지? (감시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 같은데) 그런데 갑과 을이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을이 져줘야죠. 어쩌겠어요."
CCTV로 종업원들을 감시하겠다면 일일이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동의를 구하는 사장도, 그 요구를 거부하는 아르바이트생도 많지 않습니다.
편의점 사장의 동의를 얻어 혼자 보던 CCTV를 아르바이트생과 함께 확인하게 해봤습니다.
<녹취>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사장 : "누군가 저를 지켜보는 것 같아서요. (아니지. 네가 잘했으면 기분 나쁠게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제 행동이.. (네가 잘했으면 기분 나쁠 거 없잖아. 그런데 기분이 왜 나빠? 이거 보면서? 불쾌해?) 그냥 도촬당하는 느낌 같아서..."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자기기에 의한 노동 감시와 인권 침해를 호소하는 근로자들은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10년 전 13건이던 국가인권위원회 민원 접수 건은 지난해 218건, 올해 11월까지 208건을 기록했습니다.
우리 주변에 설치된 CCTV는 450만 대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감시 시대, CCTV 가 약자의 인권을 노리는 감시도구로 돌변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세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