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아버지·여동생에 이어 어머니에 아내까지…

입력 2015.10.26 (08:32)

수정 2015.10.26 (09:16)

<기자 멘트>

한 20대 남성이 아버지와 여동생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습니다.

여동생이 청산가리 중독으로 숨졌는데, 남성의 차에서 같은 독극물이 발견된 겁니다.

넉 달 앞서 숨진 아버지도 남성이 독극물로 살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이 남성이 친어머니와 아내까지 살해하려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남성은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데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3일 119 상황실에 다급한 신고전화가 들어옵니다.

<녹취>출동 구급대원(음성변조) : "그때 여성 심정지 (상태라는) 신고가 들어왔거든요. (도착해보니) 남자친구라는 분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고요. (여성은) 이미 온몸도 차갑고 사후강직 (증상이) 보이더라고요."

외부의 침입 흔적도, 자살을 추정할 만한 흔적도 없었습니다.

<인터뷰> 허영철(경사/울산중부경찰서 태화지구대) : "(현장에서는) 사인이 안 나온 것이죠. 타살도 아니고 자살도 아니고 병사도 아니니까."

국과수 부검 결과 여성의 사망 원인은 “청산가리”로 불리는 독극물 중독으로 판명됐습니다.

경찰의 첫 번째 수사 대상은 신고자인 남자친구였습니다.

<인터뷰> 허영철(경사/울산중부경찰서 태화지구대) : "(남자친구에게) 어떻게 이 장소에 오게 됐느냐 이렇게 물어봤더니 (여성의) 오빠한테서 전화가 왔대요. 어젯밤부터 여동생한테 전화가 안 되는데 꿈자리도 뒤숭숭하다."

숨지기 전날 저녁. 여성은 자신을 찾아온 친오빠와 오빠의 친구, 이렇게 셋이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오빠 신모 씨가 여동생에게 음료와 소화제를 건네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김삼현(충북제천경찰서 수사과장) : "(오빠가) 여동생에게 음료와 봉지 약 2개를 건네준 것을 봤다는 진술이 있었고, (신 씨 진술에 의하면) 20시 59분에 전화를 해서 여동생이 “아직도 더부룩하다”라고 하자, 오빠가 “내가 준 약을 먹고 푹 자라”라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여동생이 독극물 중독으로 숨진 채 발견된 겁니다.

그로부터 20여 일 뒤, 오빠 신 씨가 긴급 체포됐습니다.

신 씨 차량에서 숨진 여동생 몸에서 검출된 청산가리가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삼현(충북제천경찰서 수사과장) : "(지난 19일) 신 씨가 이용한 차량 트렁크 등에서 다량의 독극물을 압수했는데, 1리터 통 절반 정도의 청산염이 담겨있었고……."

신 씨는 평소 독극물에 관심이 많아 구입한 것일 뿐이라며, 여동생 살해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경찰은 결정적 증거를 찾기 위해 수사에 더욱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러다 찾아낸 또 하나의 사망 사건.

여동생이 숨지기 넉 달 전인 지난 5월, 신 씨의 아버지가 구토를 하고 숨졌던 겁니다.

건강했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 이웃 주민들도 의문을 표시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그날) 같이 아침 6시에 고구마 심으러 가기로 약속돼 있었는데 죽었대요. 이상하다 어떻게 멀쩡한 사람이 죽지? 그렇게 생각했지 그때는."

신 씨 아버지의 몸에서는 아무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고, 아버지 시신은 화장됐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신 씨가 청산가리를 구입한 시점이 아버지 사망 직전인 5월 초순인 걸로 드러났습니다.

알리바이도 맞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삼현(충북제천경찰서 수사과장) : "(신 씨가) 아버지 사망 전 날 본인은 자기 집에 있었다고 주장하는데,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를 추적했어요. 그 결과 (신 씨가) 아버지 집 부근에서 오후 16시 넘어서, 밤 21시 40분쯤에 (모두) 두 차례 전화한 내역이 나오는데 그 통화 상대가 자기에게 청산가리를 판매했던 사람이에요."

청산가리 판매업자의 진술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삼현(충북제천경찰서 수사과장) : "(전화 통화하며) 청산가리 판매자에게 청산가리를 먹으면 사람이 어떻게 되느냐, 동물한테 먹여봤는데 죽지 않더라, 죽은 다음에 어떤 현상이 나타나느냐 이런 것을 물어본 거예요."

신 씨는 아버지 사망 이후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7천 만 원을 받았습니다.

이 돈으로 신 씨는 석 달 정도 중단했던 인터넷 불법 도박에 다시 손을 댔습니다.

<인터뷰> 김삼현(충북제천) : "도박 사이트로 보험금을 수령한 7월 22일부터 입금액이 커지기 시작해요. 막 4백만 원 씩 넣기도 하고요. 올해 1월부터 도박을 많이 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4월에 중단을 해요. (그때) 도박 자금을 탕진한 것이 아닌가 (보는데) 4월 28일 (보험회사에) 아버지 사망보험금을 조회합니다."

4월말, 아버지 사망보험금 조회. 5월 9일, 청산가리 구입. 5월 21일, 아버지 사망.

과연 우연일까요?

게다가 지난해 여동생의 보험을 가입한 사람이 바로 신 씨였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집니다.

하지만 사망 보험금 1억 원의 상속인이 신 씨가 아닌 어렸을 때 집을 나간 친모로 돼 있어, 수사는 난관에 부닥쳤습니다.

<인터뷰> 김삼현(충북제천경찰서 수사과장) : "(지난 23일) (신 씨가) 친모의 주소지를 사전에 파악한 후 10월 초 살인 준비 행위를 했으나 경찰에 검거되어 실행에 옮기지 못했고."

신 씨가 친모도 해치려 했다는 겁니다.

20년 이상 연락도 없이 지내던 친모의 주소지를 갑자기 알아보고는 찾아가려 했다는 정황을 경찰이 포착했습니다.

신 씨의 혐의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번엔 신 씨의 아내가 등장합니다.

종이컵 안 쪽에 초록빛 액체의 흔적이 선명합니다.

신 씨의 아내가 찍어 둔 사진입니다.

<녹취> 김삼현(충북제천경찰서 수사과장) : "5월 15일 감기에 걸린 아내에게 청산가리를 섞은 물 감기약을 마시게 해서 살해하려 했으나 아내가 염색약 냄새가 나서 싱크대에 뱉어내면서 미수에 그친 사실이 있습니다."

아내는 신 씨 점퍼에서 정체불명의 약통을 발견해 사진을 찍어두기도 했는데요.

<인터뷰> 김삼현(충북 제천경찰서 수사과장) : "아내가 그때 발견한 청산가리를 사진 촬영을 해놨었고 (경찰이) 판매한 업자에게 확인해보니 자기가 준 청산가리가 틀림없다."

신 씨는 아내 앞으로 사망시 5억 원을 받을 수 있는 보험 4개를 아내 몰래 가입해 둔 상태였습니다.

신 씨는 모든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녹취> 신00(피의자/음성변조) : “억울합니다. 억울합니다. ”

경찰은 신 씨에게 존속살해, 살인, 살인 미수, 존속 살해 예비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뉴스 이미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