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절도범 집에서 골동품 무더기 발견…주인은?

입력 2015.11.02 (08:33)

수정 2015.11.02 (08:58)

<기자 멘트>

최근 전국을 돌며 절도 행각을 벌여 온 빈집털이 일당이 붙잡혔습니다.

확인된 사건만도 모두 29건이나 됩니다.

단순히 빈집털이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이들의 은신처에서 골동품 400여 점이 발견된 겁니다.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 사이에 제작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는데요.

아직까지 골동품의 주인이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아, 경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성 두 명이 한 빌라로 걸어갑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더니, 공구를 꺼내 익숙한 솜씨로 현관문을 밀어젖힙니다.

잠시 뒤, 남성이 유유히 집을 빠져나옵니다.

등에 멘 배낭이 불룩해져 있습니다.

단 이틀 사이, 강원도 원주와 강릉 지역에서 이와 동일한 수법의 절도 사건이 6건이나 발생했습니다.

<인터뷰> 김연진(경사/강릉경찰서 형사과) : "문을 빠루(노루발못뽑이)로 뜯고 여기저기 장롱을 다 뒤져서 귀금속 있는 자리만 딱딱 짚어서 5분, 10분 내로 신속하게 다 털고나온 전문 털이범이죠."

현장에 남은 족적, CCTV, 인근 통행 차량 등을 추적한 끝에, 경찰이 용의자들을 대구에서 긴급 체포했습니다.

<인터뷰> 김연진(경사/강릉경찰서 형사과) : "처음에는 저희들이 관내에 있는 원주 건하고 강릉 건해서 수사를 해서 자백 받았고, 통영하고 진주하고 그 쪽 지역에서 범행했던 것을 CCTV를 확인해서 특정하게 됐습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이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건들이 계속 늘었습니다.

특히, CCTV에 찍히지 않았던 또 다른 공범 이모 씨가 검거되면서, 경찰 수사에도 더욱 속도가 붙었습니다.

<인터뷰> 박재현(경장/대구동부경찰서 형사과 특별수사팀) : "제보가 들어와서 수사를 하다 보니까 그 수사 대상자가 전국적으로 금은방, 아파트털이 등을 하는 걸 추가 범행을 밝혀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수사를 하다가 공범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2008년 5월부터 최근까지 이 3인조 절도단이 전국의 금은방과 아파트를 돌며 저지른 범죄는 모두 29건, 피해 금액은 2억 4천만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박재현(경장/대구동부경찰서 형사과 특별수사팀) : "보통 사전에 (범행 장소) 물색을 합니다. 빈 집인지 아닌지, 두 번, 세 번 계속 가보고 아파트 같은 경우에는 이제 계량기를 보고 계량기가 빨리 돌아간다거나 하면 사람이 잇는 걸로 알고 침입을 안 하고 계량기가 안돌아가는 걸 보고 침입하는 수법입니다."

그런데 경찰이 이들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인터뷰> 김규철(경위/대구동부경찰서 형사과 특별수사팀) : "저희가 이모 씨 주거지하고 애인 집 두 곳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했는데 이모 씨 애인 집에서는 명품 가방, 시계 이런 것들이 발견되었고 이모 씨 주거지에서는 도자기, 고서화, 이런 골동품들이 대량으로 발견되었습니다."

뒤늦게 잡힌 이 씨의 집에서 400점이 넘는 골동품들이 무더기로 발견된 겁니다.

찻잔과 사발 같은 옛 도자기가 200여 점 서예, 민화 작품이 200여 점 나왔습니다.

경찰이 골동품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주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작품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보급 문화재는 아니었지만, 전체 감정가는 8천만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문제는, 골동품의 주인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씨 일당은 훔친 게 아니라 주운 것이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는 상황.

<인터뷰> 김규철(경위/대구동부경찰서 형사과 특별수사팀) : "골동품에 대해서 훔친 물건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도자기는 지인을 통해 중국에서 구입한 것이고 고서화는 길가다가 이사하면서 남들이 버려놓은 것 주운 것도 있고 그렇게 진술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이미 문화재 절도 전과가 있어, 경찰은 주웠다는 이들의 말을 믿지 않고 있는데요.

<인터뷰> 김규철(경위/대구동부경찰서 형사과 특별수사팀) : "골동품 저희가 압수한 것하고 일치되는 그런 사건 (찾는 중) 그런데 (피해자가) 나타났다 해도 그 사람들이 내 물건이라는 걸 증명해야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취재팀은 감정을 진행했던 전문가를 직접 만나 압수된 골동품의 가치를 다시 확인해 봤습니다.

<인터뷰> 정명만(골동품 전문가) : "저는 (골동품) 점 수에 놀랐고요. 숫자가 너무 많으니까. 몇 년이 걸려야 그 정도의 물건을 수집 한 걸로 생각이 듭니다."

조선 시대 민화 작품은 시중 거래가를 적용하면 백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로 추정됩니다.

도자기는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다양한 찻잔과 그릇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분청 인화문 대접”.

보존이 잘 된 건 천만 원에 거래될 만큼 가치를 인정받는 골동품입니다.

이때, 골동품을 살펴 본 전문가가 한 가지 의문을 나타냈습니다.

<인터뷰> 정명만(골동품 전문가) : "도자기는 뭐 깨진 상태가 많더라고요. 그림들이 삐뚤삐뚤하게 잘려있어요. 그런 건 좋지 않은 상태지. 그것이 올바르게 볼 수 없더라고요. 감정하면서 보니까."

정상적인 경로로 그림을 구입할 경우 작품이 훼손되지 않도록 정교하게 가장 자리를 잘라내는데, 압수된 민화는 아무렇게나 마구 잘려 있어서 출처와 유통 경로가 의심된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문가는 압수품 400여 점을 정밀 감정하면 가치가 2억 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압수된 골동품은 어떻게 처리될까?

<인터뷰> 박상융(변호사) : "(골동품이) 유실물인지 아니면 절취한 물건인지에 대해서 조사를 해서 그 물건의 소유권자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절도범) 주장대로 길에서 주운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점유이탈물횡령죄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국가에 귀속되는 절차를 밟게 됩니다."

경찰은 골동품의 원 주인을 수소문하는 한편, 이들의 여죄를 더 수사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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