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별거 중이라도 치매 남편 부양 책임 있어”

입력 2015.11.02 (21:26)

수정 2015.11.02 (21:36)

<앵커 멘트>

별거 중이던 남편이 갑작스러운 치매 증상으로 의식이 없다면, 간병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소송을 벌였는데, 재판부는 별거 중이어도 법적 배우자인 며느리의 부양 책임이 우선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홍혜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2008년 두통 증상을 보이던 34살 박 모 씨는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치매 판정'을 받았습니다.

당시 부인과는 5년 가까이 별거 중이어서 병간호는 박 씨 아버지의 몫이 됐습니다.

<녹취> 박 씨 아버지 : "(치료하러)일본에도 갔었어요. 안 낫는다 완치는 안 된다고 하니까 제가 오래 살아서 애를 잘 보살펴야 하겠죠."

연금 생활자인 아버지는 수천만 원의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억대 연봉을 받는 며느리를 상대로 치료비를 지급하라며 구상권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남편이 부인에게 부양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부인의 부양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의식 없이 중환자실에 있던 남편이 부인에게 부양요청을 할 수 없었고 남편을 면회한 부인이 SNS에 남편을 동정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점을 감안하면, 부인 역시 남편에게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며, 부인이 3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인터뷰> 황다연(KBS 자문변호사) : "부부가 별거를 해도 부부간의 부양의무는 부모보다 앞서는 일차적 의무라고 본 판결입니다."

법원은 결혼한 자녀에 대한 부모의 부양 의무는 자녀가 경제적 능력이 없고 부모에게 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혜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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