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올해 극심한 가뭄에도 농작물 작황이 전반적으로 좋아 풍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비부진과 재고 누적으로 농작물 값이 줄줄이 떨어져 농민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종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쌀을 실은 화물차들이 끝없이 늘어섰습니다.
수확한 벼를 팔려는 농민들입니다.
줄지어선 차량이 백 여대, 순서가 올때까지 꼬박 12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미곡처리장도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이 곳에선 저장 능력 8천톤을 모두 채워 마당에 야적을 시작했습니다.
최근 5년 사이 가장 큰 풍작, 그러나 농민의 표정은 밝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상술(벼 재배농민) : "농민들이 못 살겠어요. 기계값 비싸지, 인건비 비싸지, 나락가격은 싸지... 이래가지고 농민들 어떻게 살겠습니까"
소비부진과 재고량 누적으로 쌀이 남아 돌면서 최근 80킬로그램 산지 쌀값은 14만 원선으로 작년보다 10% 이상 떨어졌습니다.
풍작에 속앓이를 하기는 과수농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는 태풍 피해나 병충해가 거의 없어 평년작을 웃돌고 있지만 소득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산지 농산물 시장마다 수확한 과일이 홍수 출하되면서 사과는 30%, 감도 10% 이상 값이 떨어졌습니다.
<인터뷰> 안경희(사과 재배 농민) : "올해는 여름사과부터 사과가 밀리다보니(재고가 있다보니) 공판장 시세로 작년대비 만원 정도 떨어진 거 같아요"
여기에다 수입산에 밀린 고추는 600그램 당 6천 원 선으로, 농가 손익분기점인 8천 원을 4년째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풍년의 기쁨을 만끽할 사이도 없이 줄줄이 추락하는 농산물 가격에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종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