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장기 기증 선행…가족 ‘트라우마’ 심각

입력 2015.11.07 (21:22)

수정 2015.11.07 (22:14)

<앵커 멘트>

뇌사 상태에 빠진 가족의 장기를 기증한 분들이, 선의를 베풀고도 오히려 나중에 정신적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래선 장기 기증이 활성화될 수가 없을 텐데요.

김수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사진 속 기영이는 엄마의 기억 속에 네 살배기의 모습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

6년 전,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자 엄마는 아들의 아름다운 마지막을 위해 신장과 간 이식을 택했지만, 고통이 뒤따랐습니다.

<인터뷰> 장미숙(뇌사 장기 기증자 가족) : "(다른 사람한테) 말한다거나 그러기는 쉽지가 않았어요. 장기 기증을 한다는 건 그 사람을 한 번 더 이렇게 손을 대고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이 주부의 남편도 6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습니다

하지만, 장기 기증을 결정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호흡기를 달고 숨을 쉴 수 있는 상태에서 신체를 훼손하는 건 아닌지 두려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서정(뇌사 장기 기증자 가족) : " 유교적인 성향이 좀 강하다 보니까 이렇게 눈이 없어지고 뭐 이런 것들이 괜찮을까…."

<녹취> "오랜만에 뵙는 것 같아요. 그렇죠?"

가족의 장기를 기증한 뒤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두 달에 한 번씩 만나 서로를 위로해 줍니다.

행복과 건강이 함께하길….

가족의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남기면서 위안을 받기도 합니다.

장기 기증 활성화를 위해선 가족들에 대한 이런 심리 치료가 중요하지만, 정부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동엽(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기획실장) : "어느 나라도 금전적 보상을 주는 나라는 없습니다. (보상 대신) 기증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다양한 심리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미국에선 정부 지원으로 기증인 가족에 대한 심리 치유 전담팀이 꾸려져 1 대 1 상담을 하고, 원할 경우 이식인과의 서신 교환도 돕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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