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에 욕설 ‘학교폭력 내사자’ 평생 꼬리표

입력 2015.11.10 (06:16)

수정 2015.11.10 (07:29)

<앵커 멘트>

경찰의 형사사법정보시스템, 이른바 '킥스'라고 불리는 시스템에는 피의자와 피해자, 참고인 등 모든 수사 정보가 입력돼 있는데 한번 입력이 되면 삭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경찰이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을 사실 관계 조사 없이 모두 내사자 신분으로 킥스에 등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현준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리포트>

중학교 2학년인 김 모 군은 지난 9월, 경찰의 형사사법정보시스템 이른바 '킥스'에 내사자로 기록됐습니다.

친구 이 모 군에 대해 욕을 했는데 마침 근처에서 욕하는 걸 들은 이 군이 117 학교폭력센터에 김 군을 신고했기 때문입니다.

김 군 학교 전담경찰관은 사실 관계도 조사하지 않고, 김 군에 대한 신고 내용을 킥스에 등록했습니다.

그 뒤 내사 결과 별다른 특이사항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지난 7월 서울지방경찰청이 일선 경찰서에 학교폭력 관련 신고 내용을 117로부터 전달받으면 가해자를 무조건 킥스에 등록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기 때문입니다.

이는 신고가 들어오면, 우선 현장 확인을 하고 수사부서 장의 지휘를 받아 내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경찰 내사 처리 규칙에 위배됩니다.

<인터뷰> 배상훈(서울디지털대 교수) : "포괄적인 형태의 무죄추정 원칙에도 어긋나는데, 확정되지 않은 사실만으로 국가에 기록이 남는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큰 인권 침해가 될 수 있는 거죠."

경찰은 학교폭력전담경찰관들이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책임감을 높이려고 도입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내사 규칙을 어겨가면서까지 10대 청소년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이현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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