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태풍으로 곳곳에서 엄청난 양의 토양이 유실돼 피해가 컸습니다.
방지대책은 무시한 채 산지 개발에만 급급했기 때문입니다.
이석재 기자입니다.
⊙기자: 힘 없이 무너져 내린 흙더미가 빗물과 함께 끊임없이 흘러내립니다.
거센 흙탕물이 농경지와 도심을 덮쳐 온통 흙투성이입니다.
모두 산에서 흘러내린 흙입니다.
⊙성영희(강원도 강릉시): 이 도로하고 맞닿았어요.
⊙기자: 어디서 다 내려오는 거예요?
⊙성영희(강원도 강릉시): 산에서, 사방에서 다 내려온...
⊙기자: 산을 개간해 만든 고랭지 채소밭입니다.
채소밭마다 흙이 쓸려 내려가 채소는 온데간데 없습니다.
흙이 유실되면서 밭은 돌덩어리가 드러나 자갈밭으로 변했습니다.
⊙변중열(강원도 정선군): 흙이 씻겨 내려가니까 다시 뒤집고 농약은 더 쓰고 또 쓸려가고 매년 더 나빠져요.
⊙기자: 해마다 밭의 흙 유실이 계속되고 있지만 가파른 경사면에는 배수로 하나 없습니다.
이 일대에 있는유일한 배수로입니다.
하지만 그나마도 관리가 안 되다 보니 이렇게 그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실제로 이 지역에서 채취한 토양 단면도입니다.
30년 전 150cm 두께였던 토양층이 이제는 10여 센티미터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정필균(농촌진흥청 토양관리과): 흙이 척박해지고 홍수라든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이 되겠습니다.
⊙기자: 도로 등을 만들면서 깎은 절개지도 산사태로 무너져내렸습니다.
지난 두 달간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일어난 산사태는 전국에서 300여 곳에 이릅니다.
산을 개발하면서 배수시설 등 토사 유실 방지시설을 외면한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무분별한 산지개발로 유실되는 흙의 양은 한 해 평균 1억여 톤에 이르고, 이 흙은 전국의 하천 바닥을 상승시켰습니다.
낙동강 바닥도 20년 전에 비해 무려 40여 센티미터나 상승해 침수 피해를 가속화했습니다.
토양 유실이 국토를 황폐하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엄기철(농촌진흥청 토양관리과): 토양 유실이라는 심각성을 모르다보니까 토양 유실이 가속화되고 있고, 국토가 망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질오염도 심해지고 이번 수해처럼 수해가 좀더 심해지는 그런 원인을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기자: 유실된 토양을 복원하는 객토비용은 1년에 무려 1조 5000여 억원.
이 비용의 10분의 1만으로도 전국의 토사 유실 방지 시설을 만들 수 있습니다.
KBS뉴스 이석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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