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블랙리스트’ 관여하고도 여전히 예산 ‘쥐락펴락’

입력 2018.08.21 (21:37)

수정 2018.08.21 (21:51)

[앵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것으로 밝혀진 일부 인사들이 여전히 정부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KBS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민간인이라 별다른 제재를 가할 수 없다고 하는데요.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연극인들의 몫입니다. 김수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대한민국 대표 극단인 연우무대.

정부지원금이 2015년 갑자기 끊겼습니다.

극단 대표가 블랙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유인수/연우무대 대표 : "더는 뭐 낼 필요가 없는 거죠. 내 이름 아니면 연우무대 넣으면 다 떨어진다는데…."]

당시 최종 결정에 참여했던 연극 분야 문예위원 정대경 씨.

조사 결과 이를 포함해 100여 건이 넘는 블랙리스트 관련 심의에 정 씨가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 씨를 찾아가 봤습니다.

정 씨는 현재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입니다.

정 씨는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서는 유감이지만 이사장직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정 씨가 해마다 협회로 배정되는 정부 예산 13억 원의 집행에 여전히 관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체부 관계자 (음성변조) : "이사 관련 문제는 연극 협회 자체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참다못한 연극인들이 정 이사장을 형사 고발했습니다.

[김소연/연극평론가 : "블랙리스트 공범인 정대경이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으로 계속 재직하면서 연극인들의 대표 행세를 하고 있는 한 블랙리스트 사태로부터 회복될 수 없습니다."]

연극잡지 '공연과 이론'도 15년간 받던 정부 지원이 재작년에 끊겼습니다.

심사 과정에 블랙리스트가 작동했지만, 당시 심사위원 중 일부는 여전히 정부 지원 연극제 등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진상조사단에는 수사권도 강제력도 없었습니다.

[오세곤/前 '공연과이론' 대표 : "법적인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고, 계속해서 심의하고 다닌다 이랬을 때 느끼는 허탈감은 대단한 것이죠."]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수사를 의뢰하거나 징계를 권고한 공무원 등은 130명.

하지만 실행에 관여한 민간인들에 대해서는 처분이 어려워 연극계의 악몽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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