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부터 전 세계의 유명 문화 유산들까지.
수백 점의 문화재들이 0.05 밀리미터의 가느다란 펜촉 하나로 되살아났습니다.
인내와 열정으로 인류의 오랜 문화 유산에 새 숨결을 불어넣은 '펜화' 작품들을 김민혁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13세기 몽골의 침입으로 불타버려 터만 남은 경주의 황룡사.
높이 80미터, 아파트 30층 높이에 이르는 거대한 9층 목탑이, 두 장의 종이 위에서 되살아났습니다.
당시 외세의 침입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려는 신라인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한 때 이 곳에 존재했음만을 알리는 두 개의 주춧돌.
임금이 직접 나와 중국 명나라 사신을 맞았던 '영은문'의 흔적입니다.
독립문 건립으로 헐렸던 이 문도 펜화로 복원됐습니다.
[김영택/펜화가 : "사진도 (이 펜화 작품처럼) 이렇게 명확한 게 없어요. 여러 장의 사진을 가지고 조합해서 그렸다고 보시면 되죠."]
0.1 밀리미터의 가느다란 펜촉을 다시 갈아서 만들어낸 0.05밀리미터의 가늘디 가느다란 선.
이 선들을 그려넣길 수십만 번 반복해야 드디어 한 장의 펜화가 탄생합니다.
온 종일 작업해도 하루에 그릴 수 있는 양은 10제곱센티미터짜리 정사각형 정도.
김영택 화가가 지난 3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이렇게 그려낸 문화유산만 300여 점에 이릅니다.
[김영택/펜화가 : "5배 확대경을 봐야 하고, 눈이 좀 타고나야 해요. 저는 지금 화장품의 설명서, 깨알보다 작은 글씨가 잘 보여요."]
앞으로 최소한 200점의 문화유산을 펜화로 남기고 싶다는 일흔 다섯 살의 화가.
지금은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은 노트르담 대성당을 그만의 정밀한 펜화로 복원해낼 계획입니다.
KBS 뉴스 김민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