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미국인…“비싼 병원비 때문”

입력 2019.08.14 (18:06)

수정 2019.08.14 (18:26)

[앵커]

세계 움직임 알아보는 시간이죠.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준비한 소식은요?

[답변]

성별과 나이, 직업을 떠나 누구에게나 건강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죠.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비싼 의료비 때문에 국경을 넘기도, 병원 치료를 아예 포기하는 예도 있는데요.

미국에서는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7일, 미국 워싱턴 주의 한 주택가에서 70대 노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사건 현장에는 아내의 치료비를 내기가 힘들었다는 내용의 쪽지가 남아 있었습니다.

[앵커]

너무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치료비를 못 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단 거군요.

[답변]

네. 병원비가 대체 어느 정도길래 이런 선택을 했을까, 하실 텐데요.

미국에서 65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1인당 지출하는 의료비가 한 해 평균 18,424달러, 2천2백만 원이 넘습니다.

이는 어린이의 5배,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3배에 달합니다.

미국 의료 서비스는 특히 비싸기로 악명이 높죠.

만약 밤에 아파서 응급실을 찾았다면 얼마를 내야 할까요?

호주의 경우, 765달러지만 미국에선 5,220달러, 6백만 원이 넘습니다.

MRI 검사나 각종 수술에 드는 비용도 미국이 단연 비쌉니다.

맹장 수술의 경우엔 15,930달러, 우리 돈 2천만 원에 달합니다.

일각에선, 미국 병원비는 '부르는 게 값'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드류 칼버 : "2년 전 심장마비가 와서 가까운 병원에 갔습니다. 보험이 있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10만 달러(약 1억2천만 원)라는 비용이 나왔습니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미국인들은 건강 관리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습니다.

2016년 기준 미국 총 GDP에서 보건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7.8%인데요.

2027년이 되면 20%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입니다.

[앵커]

평균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의료비 지출도 많아지고 있는데요,

미국도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사회 보장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답변]

네. 노인 등 취약 계층을 위한 건강 보험 제도가 있습니다.

65세 이상 고령자에 의료비 일부를 지원해주는 '메디케어' 시스템, 그리고 저소득층을 위한 '메디케이드'가 바로 그것인데요.

문제는 안 그래도 비싼 병원비, 약값 등이 해마다 오르면서 환자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도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저소득층의 경우, 정부가 지원하는 의료비 보조금을 받는 일도 쉽지가 않습니다.

몇몇 주에서는 메디케이드 혜택을 받으려면 일하거나 혹은 일자리를 찾고 있다는 증빙 서류를 내야 하기 때문인데요.

소득도 정해진 기준을 넘기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아칸소주의 경우 월 소득 한도가 280만 원 이하, 캔자스주는 170만 원 이합니다.

[캔자스주 주민 : "매년 627명이 사망합니다. 그 사람들 모두 건강 보험이 있어야 마땅합니다. 정부는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아요."]

앞으로가 더 문젭니다.

이달 초, 미 상원이 재량 지출 항목에서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를 빼버린 데다, 지난 월요일에는 일정 소득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비자나 영주권을 내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켄 쿠치넬리/미 이민서비스국 국장대행 : "자립할 수 있는 사람, 복지 시스템에 기대지 않을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확장적이고 비싼 복지국가의 시대에는 특히 그렇습니다."]

AP통신은 10월부터 새 규정이 시행되면, 메디케이드 혜택을 받는 사람들부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앵커]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데요, 지금도 빚을 내서 병원비를 내는 사람들이 많다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지난해 미국의 의료비 부채 규모는 880억 달러, 우리 돈 108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여성은 5년 전, 사랑하던 딸을 잃었는데요.

수천만 원에 달하는 딸의 치료비를 여전히 갚지 못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여성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지난해 맹장 수술을 받았는데, 아직 수술비를 다 내지 못해 밤에 운전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습니다.

[킴 길몬/55세 : "매일 (수술비 관련) 연락을 받는데 너무나 스트레스예요. 최선을 다하는데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요."]

CNBC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서 53만 가구가 병원비로 인한 빚을 갚지 못해 파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또, 미국인 4명 가운데 1명은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역시,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앵커]

의료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데, 아파도 당장 병원에 갈 수 없다니, 취약계층이 입는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겠어요?

[답변]

네. 현재 미 소득 하위 50%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1989년, 그러니까 3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소득이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병원에 가고 싶어도 갈 형편이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최근 현행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대상 범위를 확대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이른바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 누구나 의료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수입이 있어서) 메디케이드 자격도 안 되고, 오바마케어나 개인 보험을 들기엔 (수입이) 충분치가 않죠. (이런 사람들이) 수백만 명에 달해요."]

'메디케어 포 올' 정책은 특히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데요.

하지만,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를 폐기한 데다, 노인,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예산마저도 줄이고 있습니다.

'메디케어 포 올' 정책은 내년 미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하지만 미 현지 언론들은 도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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