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학가의 입시부정 문제도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문학특기생 선발과정에서 실적을 조작하는 새로운 수법의 부정입학 사례가 KBS에 의해서 처음 확인됐습니다.
박선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올해 입시에서 24명의 문학특기생을 뽑았던 한 대학입니다.
수험생이 제출한 실적확인서입니다. 2001년과 2002년 각종 문예대회에서 세 차례 상을 받은 실적이 기록돼 있습니다.
⊙OO대학 관계자: 앞의 경우 가작이 여기서 4등이 됩니다. 그래서 50점을 받았고 그 다음에 두 개의 상을 받은 것이 2등상이라서 해당되는 점수, 각각 80점씩 받아서 합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기자: 그러나 취재 결과 상을 받았다는 작품들 가운데 학생의 작품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우선 가을산이라는 시. 놀랍게도 이 시는 한 중견시인의 작품 추월산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제목을 바꾸고 10여 군데 단어를 바꾸거나 추가했을 뿐입니다. 다른 기관에서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1년 전 다른 대회의 수상작과 지은이와 수상내용만 다를 뿐 제목부터 끝까지 똑같습니다.
단지 시작 부분의 지명이 진월동 사거리에서 구암동 사거리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처음에 부인하던 학생은 자료를 내밀자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기자: 왜 남의 작품으로 응모했나요?
⊙김OO 문학 특기자: 글로 한 번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입학해서 캠퍼스 생활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기자: 발각되리라는 생각은 안 했나요?
⊙김OO 문학 특기자: 백일장 작품이 좀처럼 공개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그렇게 상을 받고 나니까...
⊙기자: 김 군은 입학까지의 모든 과정이 너무 쉬웠다면서 부정입학자가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김 군의 말은 최근 문학상을 주관하는 기관들의 수상자 취소 소동에서 그대로 확인됩니다.
⊙곽효환(대산문화재단 사업팀장): 이 학생까지 포함하면 총 세 차례의 표절인 경우가 됩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세 차례의 표절이 발각된 경우는 대학에서 문예특기자 입학제도가 채택된 이후, 즉 학생들이 문학을 문학으로 접근한 게 아니고...
⊙기자: 지금까지 문학특기자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은 2000여 명.
제도 전반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KBS뉴스 박선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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