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고풍스런 가구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마는 이런 고가구에 쓰인 페인트가 놀랍게도 화재를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페인트로 인한 자연 발화현장을 김태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포천군의 한 가구공장입니다.
칠작업을 마무리한 뒤 페인트 범벅이 된 헝겊들이 자루에 담겨 버려집니다.
세 시간이 지나자 버려진 헝겊더미에서 매캐한 악취와 함께 조금씩 흰 연기가 피어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루 안 부분이 검게 타들어가면서 연기의 양이 눈에 띄게 많아집니다.
⊙인터뷰: 이거 시한폭탄이야, 시한폭탄...
⊙기자: 5시간이 넘자 한쪽에서 갑자기 불꽃이 피어납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자루 전체로 불길이 번집니다.
이 공장은 지난 3월 새 페인트로 제품을 바꾼 뒤 3월과 5월에 잇따라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면서 수억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입었습니다.
화재원인을 찾던 사장은 최근에야 페인트가 묻은 헝겊에서 저절로 불이 붙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서영원(미성가구 대표): 불이 나서 제가 손해를 많이 봤어요.
1, 2분만 늦었으면 우리도 여기서 살고 있는데 타죽을 뻔했단 말입니다.
⊙기자: 종업원들도 이 페인트를 사용하면서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합니다.
⊙조경섭(가구 공장 종업원): 밤에 담배피러 나가서 베란다에서도 공장에 무슨 일 있나 그거 쳐다보고 있고 전부 직원이 한 25명 되는데 혹시 무슨 냄새만 나면 전부 다 쫓아나와요, 다들.
⊙기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화학전문가는 최근 유행하는 일명 엔티크 가구의 색칠작업이 페인트를 천으로 문질러 닦는 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윤경병(서강대 화학과 교수): 페인트에 사용되는 용매들은 인화성이 매우 큰데 나무 등에 묻어 있는 중금속 산화물들하고 접촉하면 자연발화되는 수도 있습니다.
⊙기자: 하지만 문제가 된 페인트 통에는 자연발화 가능성을 알리는 경고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특히 불이 난 것은 공장 자체의 문제 때문에 생긴 특수상황이며 자연발화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주장합니다.
⊙페인트 업체 관계자: 온도가 높다든가 특수한 경우에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 (페인트)는 온도를 300도 올려도 불이 안 붙습니다.
⊙기자: 고가구용으로 사용되는 이 페인트는 지난 4년 전 판매를 시작한 뒤 매년 2, 300통씩 팔려왔습니다.
KBS뉴스 김태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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