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세대인식 집중조사① 586, 그들은 누구인가

입력 2021.06.22 (16:09)

수정 2021.07.01 (19:43)

‘KBS 세대 인식 집중조사’를 위해 모인 공동연구진.

‘KBS 세대 인식 집중조사’를 위해 모인 공동연구진.

■ 조사 기획부터 결과 분석까지 3개월

KBS ‘시사기획 창’이 세대 인식조사를 기획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부터였다. OECD 회원국 최고 수준의 불평등 사회, 디지털 기술이 뒤흔드는 자본주의 작동 방식, 양극화를 부추기는 다중노동시장, 눈 앞의 현실이 된 기후위기…. 전에 없이 급격히 몰려온 시대의 난관 앞에서 특정 연령대만의 인식을 집중해 들여다봄으로써 문제 진단을 향한 또 다른 접근법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정의와 평등을 외치며 한국 사회의 주도층에 올라선 586세대는 그 권한과 책임에 맞게 시대 변화에 대응하고 있을까. 586세대를 포함하는 50대는 어떤 인식으로 지금의 불평등 사회를 대하고 있을까. 이 불평등을 온몸으로 겪어내고 있는 청년 세대는 어떤 심정으로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민주화 시대의 청년과 불평등 시대의 청년, 이들 두 세대의 인식을 파악하는 작업은 현재 한국사회를 구성하는 주요한 단면 2개를 엿보는 일일 터였다.

4월부터 본격적인 조사 설계작업에 들어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에 조사를 의뢰했고 정한울 여론조사 전문위원(정치학 박사)가 합류했다. 이와 함께 사회조사 공동연구진을 구성했다. 국내 사회조사 권위자 3명이 모였다. 임동균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사회심리 전공), 김석호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장(사회조사 전공),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정치심리 전공)가 머리를 맞댔다.

국내 주요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 언론사에서 긴급 여론조사를 벌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응답자 수 500~800명 선에서 이뤄지는 설문조사 결과는 2~3일이면 나온다. 이번 조사는 기획부터 결과 분석까지 3개월이 걸렸다. 공동 연구진은 총 210개 문항을 설계하는 데 20여일간 온·오프라인 회의를 거쳤다. 한 사안에 대한 응답 비중만을 보는 차원을 넘어 2차, 3차 가공 분석을 위한 다층적인 문항들이 포함됐다.

대개의 여론조사가 응답자 수 1천명 안팎에 국내 성인 남녀 전체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특정 연령대의 응답자는 100~200명 선에 그친다. 세대 인식 파악에는 한계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20~34세 청년 600명, 50~59세의 50대 600명, 이렇게 두 세대에만 집중해 온라인 설문을 진행해 모두 1,200명으로부터 유효 응답을 받았다. 이들 세대의 속마음을 깊숙이 들여다볼 기회였다. 'KBS 세대 인식 집중조사'는 이렇게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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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①586, 그들은 누구인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15511
②청년이 본 50대, 50대가 본 청년-50대의 '꼰대 지수'는 몇점?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16479
③‘이대남’ ‘이대녀’론의 실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17567
④세대론을 넘어-세대가 아니라 세상이 문제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18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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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6, 그들은 누구인가


첫 문항부터 뜻밖이다. 20~34세 청년 가운데 절반 가까운 이들이 ‘586’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있었다. 성별을 구분해보면 차이가 또렷해진다. ‘586’의 의미를 모르는 청년 남성은 31.6%, 청년 여성은 58.2%였다. 알고 있는 용어가 집단별로 다른 것은 평소 접하는 미디어가 다르다는 뜻이다. 서로 다른 걸 보며 살아간다는 의미다.



설문지에 '586'의 의미를 명시해준 뒤 질문을 이어갔다. 흥미로운 지점은 50대 내부에서도 나타났다. 80년대 대학을 다녔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586'이란 용어에 대해 50대의 3분의 2 넘는 응답자가 "나는 586"이라고 답했다. 80년대 대학 진학률은 줄곧 35% 안팎.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1985년 대학 진학률이 36.5%다. 이번 조사 50대 응답자 중 대학 재학 이상 학력자 역시 36.8%로, 실제 전체 인구 비율과 거의 비슷하다. 50대 응답자들은 '586'을 보다 폭넓은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다음 문항을 보자.



청년뿐 아니라 50대 역시 “586은 기득권”이라고 답한 비율이 70%를 훌쩍 넘겼다. 위 2개 문항을 종합해보자. 한국인 50대 중 다수가 자신을 '586세대'로 여기고 스스로를 '기득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자신이 어떤 준거집단에 속해있다고 여기는 인식은 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스스로를 586세대에 속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해당 집단에 소속감을 부여하면서 사회적 정체성 형성에도 기여한다. 50대 다수가 "나는 586 기득권"임을 인정하는 가운데 '586'이 어떤 인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덧붙여 물었다.






위 3개 문항을 함께 살필 필요가 있어보인다. 청년들은 586의 민주화 공로는 50대보다 더 높은 비율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젊은 세대와 비교해 노력한 것이 비해 너무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는 질문에는 두 세대 사이에 차이가 벌어진다.“586은 위선적”이라는 답이 청년층에서 과반을 넘겼다. 일부 586 고위층의 특혜와 관련한 청년들의 실망은, 그들이 다름아닌 정의와 평등을 외친 민주화 세대였기 때문이었음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586세대의 젠더 인식에 대한 청년들의 평가는 몹시 박했다. 50대도 과반이 인정하고 있다. 성평등에 대한 인식은 해당 사안뿐 아니라 시대 변화에 얼마나 발맞추고 있느냐는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주도층을 이루고 있는 586세대와 미래를 만들어갈 청년 세대가 서로 의사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도 될 수 있다. 청년 세대와 50대가 서로를 인식하는 태도나 사회 현안에 대한 인식 차이를 알아보는 작업은 그래서 중요하다. 차이를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차이를 존중하기 위해 먼저 할 일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아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21년 5월10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20~34세, 만 50~59세 각 600명 씩 총 1,2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웹조사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2.8%p다. 응답자는 한국리서치가 확보하고 있는 마스터샘플 57만여 명(2021년 4월 기준) 가운데 지역별, 성별, 연령별 기준 비례할당추출 방식으로 선정됐으며, 조사요청 22,977명 가운데 조사 참여 1,655명, 조사 완료 1,200명으로 요청대비 응답률은 5.2%이었다. (시리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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