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생생 스포츠, 보도국 박연선 기자와 함께합니다.
박 기자, 앞서도 짧은 영상 봤지만, 오늘은 한화이글스 수베로 감독 경질 소식 가져왔는데요.
경질 과정이나 시점을 두고 팬심이 녹록지가 않다고요?
그만큼 갑작스러운 이별이었는데 어떻게 된 건가요?
[기자]
네, 한화이글스 수베로 감독, 이제는 전 감독이죠.
지난 11일, 삼성을 4대0으로 꺾고 위닝시리즈를 완성함과 동시에 경질됐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6경기에서 5승 1패를 거두며 반등을 이뤘고 5월 성적으로만 한정하면 SSG와 LG에 이어 3위 승률이었는데요.
기세가 오른 상황에서 그것도 당장 주말부터 선두 SSG와 3연전을 앞둔 시점에 경질을 발표해 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성적이 중요했으면 연속 꼴찌를 이유로 시즌 전 경질하든지, 그게 아니면 주말 경기를 지켜보고 다시 부진했을 때 경질했어야 했다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팬들은 화가 난 나머지, 자발적 모금을 통해 오늘, 대전 한화이글스 파크와 서울 한화 빌딩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별 방식도 지적받고 있습니다.
아무리 성적이 안 좋더라도 계약 기간이 수 개월 남아있었고요.
'리빌딩'을 이유로 베테랑도 다 내보내고 FA 영입도 없이 2년을 버텨준 게 수베로 감독입니다.
구단과 단장 몫인 외국인 선수 농사가 완전히 실패한 상황에 지금까지 방패막이 역할도 해왔는데 감독과 교감 없이 일방통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분을 자아낸 겁니다.
특히 당사자에게는 이별 통보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직 수락 여부가 확실하지도 않은 최원호 감독을 선임 당일에 불러 계약서에 사인하게 한 것도 비상식적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구단 측은 수베로 감독 경질이 승률 2할대로 떨어진 4월 말에 심도 있게 논의가 됐고, 그룹 재가가 늦어 경질 타이밍이 다소 아쉽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수베로 감독을 포함해서 감독이 3연속 중도 하차하게 됐는데 결국, 성적 때문이겠죠.
[기자]
네, 2년 연속 꼴찌에다 반등했다고는 하지만 올해도 9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베로 감독의 성적이 나빴던 건 맞습니다.
전임 한용덕 감독과 김성근 감독도 성적 부진이 경질의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수베로 감독 경질에는 또 다른 갈등요소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필승조와 추격조 등 불펜진의 역할을 세분화하는 것을 두고 손혁 단장과 수베로 감독 간에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수베로 감독이 구사하는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 전략에도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행간에 떠도는 '구단 관계자 발' 글이 아니라, 최원호 신임 감독의 언론 인터뷰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최 감독이 직접 '수비 시프트'나 '불펜진 운용' 등의 문제점을 직접 언급하고 있고, 또 구단에서 '당장의 승리'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대목을 보면 꼭 '성적'때문만은 아니었다는 판단이 들기도 합니다.
성적만 본다면, 사실 2013년부터 2년 동안 팀을 이끈 김응룡 감독이 역대 이글스 최저 승률로 제일 안 좋았거든요.
그럼에도 2년 임기를 보장하며 레전드에 대한 '예우'를 했기 때문에 구단 첫 외국인 감독인 수베로 감독의 경질 과정과 방법에 비판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앵커]
수베로 감독 경질로 최원호 감독 체제에서의 주말 SSG전, 더 주목받았는데 어땠습니까?
[기자]
네, 뒤숭숭한 분위기에 선두 팀과 만나는 일정이어서 국내 야구팬 전체의 관심을 받았죠.
결과는 1승 1무 1패로 나쁘지 않았고, 내용도 괜찮았습니다.
수베로 감독에게 특별 관리를 받던 유망주 문동주가 올 시즌 처음으로 무너진 것을 빼고는 대체로 잘 싸운 경기였습니다.
타선도 끈질긴 모습 보여줬고, 불펜진 역시 뒷문을 잘 잠갔습니다.
사실 수베로 감독 경질 과정에 아쉬움을 가진 팬들이라 하더라도 최원호 감독 체제에서 팀이 잘 되길, 이기길 바라는 게 또 속마음이거든요.
수베로 감독이 말한 것처럼 17점 차로 지고 있어도 1점을 내는 거에 행복해하는 게 한화 팬들인 것도 맞고요.
SSG와의 주말 시리즈를 포함해 한화가 수베로 감독 경질과 맞물려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왕 이른 경질을 결정한 만큼 선수들을 포함해 분위기를 잘 추슬러서 가을야구에 도전할 수 있는 팀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