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수 59조 원 부족…‘사상 최대’ 결손 원인과 대책은?

입력 2023.09.18 (21:15)

수정 2023.09.18 (21:27)

[앵커]

나라 살림, 세금 얘기로 이어가겠습니다.

올해 세금이 예산 짤 때 예상했던 것보다 59조 원 넘게 덜 걷힐 것 같다고 정부가 발표했습니다.

경제 사정이 안 좋다보니 기업들이 돈을 많이 못 벌었고, 그렇게 기업이 내는 세금도 많이 줄어든 영향이 컸습니다.

먼저, 공민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정부는 올해 예산을 짜면서 걷어 들일 세금을 400조 5천억 원으로 예상했습니다.

[정정훈/당시 기획재정부 조세총괄정책관/지난해 8월 '2023년 예산안 기자간담회' : "근로소득세나 부가세는 꾸준히 경제성장에 따라 증가할텐데 특히 올해 많이 늘어났던 법인세하고 종합소득세는 아마 (2023년에도) 올해 하고 큰 차이 없는 수준의 세수가 예상되고요."]

이런 전망과 달리 다시 계산해 본 올해 세수는 341조 4천억 원에 그쳤습니다.

59조 1천억 원 15% 정도 덜 걷혀 사상 최대 규모의 '세수결손'을 기록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법인세,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경기 둔화로 기업 영업이익이 급감했고, 이 때문에 세수가 25조 원 넘게 줄었습니다.

반도체 업종이 대표적입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법인세를 한 푼도 못 냈고, 4조 원 내던 삼성전자도 납부액이 1,200억 원대에 그쳤습니다.

부동산 시장 위축에 거래가 크게 줄면서 양도소득세는 12조 원 넘게 감소했고, 부가세도 9조 원 이상 줄었습니다.

올해 세수도 예상에서 크게 빗나가며 정부 추계는 3년 연속 두 자릿수 오차율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경기 변동이 오차를 키웠다는 게 정부 설명입니다.

[정정훈/기획재정부 세제실장 : "세계 경제 위축 영향 등으로 미국, 일본이 다시 큰 폭의 세수 감소에 직면하는 등 주요국들도 당초 전망보다 세수 변동 폭이 확대된 상황입니다."]

국세 수입이 59조 천억 원 줄면서 국세 중 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으로 넘겨줘야 할 돈도 23조 원 감소하게 됐습니다.

KBS 뉴스 공민경입니다.

촬영기자:김현태/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 제작:강민수

[앵커]

역대 가장 심각한 규모로 세금이 덜 걷히면서 정부는 이미 잡아놓은 예산에 필요한 돈을 어디서 마련할지 과제를 풀어야 할 상황입니다.

국채를 발행해 빚을 내는 대신 정부가 관리하는 기금과 안 쓰고 남은 예산 등으로 메우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용덕 기자 보도 보시고, 조금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리포트]

부족한 세수를 메우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세금을 더 걷거나 빚을 내는 겁니다.

그러나 정부는 국채 추가 발행 등을 위한 추경편성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 대신 더 걷히는 세금이나 쓰지 않아 남은 예산을 모으고, 모자라는 돈은 여러 기금의 여윳돈이 모이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24조 원을 빌립니다.

기금은 복권이나 영화관람권 판매, 전기요금 등의 일부를 재원으로 해서 특정한 목적을 위해 모아 놓은 돈입니다.

정부는 68개의 기금 중 외국환평형기금에서 20조 원을 동원합니다.

환율안정을 위해 달러를 사고, 파는 데 쓰는 외평기금에는 최근 환율상승을 막기 위해 보유 달러를 계속 팔면서 원화가 쌓여 있습니다.

이렇게 쌓인 원화를 공자기금으로 보낸 뒤 정부가 당겨 쓰는 방식입니다.

외환 시장 변화에 대응할 여력이 약화될 거란 우려도 있지만, 정부는 재원이 충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중범/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 : "(외국환평형기금) 조기상환 이후에도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충분한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고요. (내년에는) 원화 외평채 발행을 통해 한도를 받아놨습니다."]

그러나 사상 최대 규모의 세수 결손을 오로지 정부 재량만으로 메우는 데 대한 비판은 있습니다.

국회가 갖고 있는 재정 감시 권한을 침해한다는 겁니다.

[류덕현/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세수 오차 그 자체는 재정 운용의 제약도 되지만 특히 행정부와 국회의 재정 권한 배분이라는 관점에서도 상당히 큰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고요."]

2020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때도 외평기금에서 2조 8천 원을 가져다 쓴 적은 있지만, 이번엔 그 규모가 훨씬 큰 만큼 논란은 이어질 거로 보입니다.

KBS 뉴스 김용덕입니다.

[앵커]

취재기자와 함께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용덕 기자, 정부가 국채 발행해서 부족한 세수 메우는 방식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거죠?

[기자]

오늘(18일) 기자 간담회에서도 쉬운 길, 그러니까 국채 발행을 두고 왜 어려운 길을 가느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정부는 나랏빚이 늘면 미래세대 부담이 커지고, 대외신인도에도 좋지 않은 만큼 이것이 '불가피한 길이다' 라는 입장입니다.

현 정부는 건전 재정을 유독 강조하고 있죠,

IMF나 신용평가사에도 인정받고 있어 이런 기조 유지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강합니다.

[앵커]

최근 3년 치를 보면 전망치와 실제 세수 사이 차이, 오차율이 10%를 계속 넘는데, 왜 자꾸 틀리는 거죠?

[기자]

첫 번째 이유 우리 경제가 예상보다 많이 안 좋아졌다는 겁니다.

세수 추계는 전년도 세수 자료는 물론 경제전망을 바탕으로 이뤄지는데, 정부 성장률 전망치가 1.6에서 1.4%로 떨어졌으니 그만큼 세금도 덜 걷히겠죠.

구조적 이유도 있는데 과거와 달리 법인세와 양도소득세 같은 자산 관련 세수 비중이 커졌습니다.

이런 세금들은 경기에 따라 변동이 커서 전체 세수 규모도 흔들어 버립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우리 세수 오차율이 큰 편이어서, 추계가 정확치 못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앵커]

이번 정부 들어 진행한 대기업 등에 대한 대규모 감세 탓은 아닌가요?

[기자]

감세 영향도 있긴 한데, 올해보다는 내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게 정부 답변입니다.

올해는 경기악화 탓이 더 크다는 거죠.

[앵커]

자주 일어나는 세수 추계 오류, 막을 방법은 없나요?

[기자]

정부가 세수 추계 모형을 공개하고 추계 빈도, 발표 주기도 늘려야 한다는 게 학계의 지적입니다.

정부는 다른 나라를 봐도 연 1회 이상 추계를 발표하는 사례는 드물다며 부정적으로 답했습니다.

그 대신 민간 전문가 참여를 확대하고 국회 예산정책처와의 협업도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보니까 지방 재정에도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요?

[기자]

사실 국세 부족분은 정부가 제시한 방법으로 메워지지만 지자체 몫에서 빠지는 23조 원은 현재 뚜렷한 대책이 없습니다.

이미 올해 상반기 지방세 수입이 6조 원 정도 줄었기 때문에 지방 재정에도 큰 타격을 줄 전망입니다.

일단 정부는 지자체와 논의해서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고, 꼭 필요한 지출은 34조 원 규모의 통합재정 안정화 기금에서 조달하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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