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에는 전화금융 사기, 보이스피싱 일당이 돈을 이체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출까지 받으라고 유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한 신용카드 회사가 이런 피해에 대비해 제대로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은 탓에 소비자가 수천만 원의 피해를 보게 됐습니다.
손서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 여성은 평소 거래가 없던 은행에서 통장이 개설됐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문자를 보낸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수사기관 사칭범은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다며, 예금 인출과 신용카드대출을 강요했습니다.
[김○○/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구속된다는 거예요. (범죄에) 연루돼 가지고..."]
카드 대출을 받은 적 없었던 이 여성, 전화 상담 과정에서 안내를 못 알아듣는 등 당황한 상태였지만 5분 만에 3천만 원 대출이 실행됐습니다.
이 돈에 예금까지 약 1억 원을 사기단에 빼앗겼습니다.
[김○○/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내 신용이 다 샜으니까 그걸 뽑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고통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번 피해, 금융감독원 권고대로라면 벌어질 수 없는 일입니다.
이미 10년 전 금감원이 주요 카드사에 '지연입금제도' 도입을 권고했기 때문입니다.
첫 카드론 신청 때 금액이 3백만 원을 넘으면 2시간 뒤 입금이 되도록 하라는 내용입니다.
피해자도 이 조건에 해당하는데, 문제는 피해자가 이용한 하나카드만 유선 상담의 경우 즉시 대출이 되도록 예외를 뒀다는 점입니다.
KBS 취재결과 9개 카드사 중 하나카드를 뺀 8곳은 이 제도를 예외 없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나카드 관계자/음성변조 : "자율적인 운영 사항이어서요. (빠른 대출을 요구하는) 고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서 카드론 신청 채널별로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의 70%가량이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등 피해자를 조종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만큼, 당황한 피해자 대신 금융사가 범죄 가능성을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합니다.
하나카드는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예외 없이 지연입금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손서영입니다.
촬영기자:김재현 이영재/영상편집:전유진/그래픽:서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