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며 세 든 집에서 나가 달라는 통보를 받은 장애인이 있습니다.
엄연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지만, 이 장애인은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집을 비워주기로 했습니다.
이희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근육 기능이 약해지는 근이영양증으로 누워 지내는 최용호 씨, 넉 달전 처음으로 자립 생활에 도전했습니다.
하지만 원룸 이사 한 달만에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건물주가 장애가 있단 걸 미리 말하지 않았다며 퇴거를 요구한 겁니다.
[최용호 씨 : "(집주인이) 본인 원룸에 장애인이 살고 있는지 몰랐다, 장애인 걸 알리지 않고 들어왔기 때문에 우린 정당한 권리로 쫓아내는 거다…"]
특히 문제 삼은 건 특수휠체어.
엘리베이터에 흠집이 생길 수 있고, 다른 사람이 함께 탈 수 없단 게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탑승해보니, 카메라를 든 촬영기자와 활동지원사가 함께 타기에 충분합니다.
그래도 건물주 측은 민원을 내세우며 물러서지 않습니다.
[관리인/음성변조 : "엘리베이터 장애인용도 아닌데 장애인이 타가지고 다른 것도 타질 못해 가지고 민원이 얼마나 많이 들어오는지 아세요?"]
최 씨는 더 버티지 못하고 집을 비워주기로 했습니다.
[최용호 씨 : "목숨을 걸고 나와서 이렇게 자립 생활을 하는 건데 몸이 불편한 게 죄인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장애가 죄인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정당한 사유없이 장애를 이유로 임대를 거부하면 차별이라고 못 박았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규정인 겁니다.
[최정규/변호사 :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은 당연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해지한 것은 그 (임대차)계약 자체의 위반이고 채무 불이행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0년과 2016년 장애인에게 임대를 거부한 건물주에게 재발 방지 등을 권고했지만, 이후에도 달라진 건 없습니다.
KBS 뉴스 이희연입니다.
촬영기자:서원철/그래픽:서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