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폭행으로 얼룩진 천년고찰…“무자격 스님·사조직이 전횡?”

입력 2024.02.25 (21:21)

수정 2024.02.25 (21:58)

[앵커]

강원도 속초의 신흥사는 조계종 3교구 본사인 한국의 대표적 사찰입니다.

그런데 이 사찰의 '호법단'이라는 모임이 산하 사찰의 주지 등에게 폭력과 폭언, 인사 압력까지 행사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박경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강원도 속초의 천년고찰 신흥사, 산하에 30여 개 사찰을 두고 주지 임명과 재정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신흥사에 소속된 한 사찰의 주지 스님, 지난해 8월, 한 행사에서 말다툼 끝에 폭행을 당했습니다.

[우현스님/법천사 주지 : "면상을 때리고 저기 하길래, '내가 누군지 알고 나한테 까부냐' 그러면서 주먹을 치고…"]

하지만 경찰 신고나 문제 제기는 하지 못했습니다.

폭력을 휘두른 사람이 이 사찰을 감독하는 신흥사의 한 사조직, '호법단'의 단장 A 씨였기 때문입니다.

A 씨는 다른 스님에 대한 상해 치사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승적이 박탈됐지만, 어찌 된 일인지 출소 이후 신흥사의 재정 총괄인 총도감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저 친목 단체라는 '호법단', 하지만 이 단체의 압력에 주지가 임기도 못 채우고 물러났다는 증언이 내부에서 나옵니다.

[정현스님/심원사 전 주지 : "두 시간 만에 나보고 나가라 그랬어요. 너 사표 써라. 저는 임기가 2년이나 더 남아있고…"]

'호법단'을 만든 것으로 알려진 신흥사 출신 B 스님에게 도를 넘는 폭언을 들었다는 스님도 나왔습니다.

[B 스님/신흥사 출신 : "야 이 개 xxx야. 기다려 이 개xx야. 너는 기회를, 자비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너가 죽기를 원하는 쪽으로 갔지?"]

급기야 이 단체가 교구 정화를 명분으로 종단법을 어기고 불법 사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단 비판이 공개적으로 나왔습니다.

[정념스님/흥천사 주지 : "'신흥사 호법단'이란 단체의 구성원들로부터 특정 시간대에 모욕과 협박으로 가득 찬 문자와 전화를 지속적으로…"]

관련 진정이 접수되자 조계종 총무원은 최근 B 스님을 조사했습니다.

다만 "호법단은 문제없는 친목 단체로 보고 있다"며, "A 씨의 무자격과 폭행은 양쪽 주장이 엇갈려 특별조사팀을 꾸려 조사 중"이라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신흥사와 A 씨, B 스님은 KBS의 취재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박경준입니다.

촬영기자:최원석 최석규 서원철 정준희/영상편집:이태희/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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