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차 대전 이후 냉전이 시작되면서 미국과 캐나다, 유럽 10개 나라는 집단 방위를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를 창설했습니다.
여기엔 서독도 합류했는데요.
이에 소련과 동독 등 8개 나라는 바르샤바 조약기구를 만들어 대응에 나섰습니다.
1990년 독일이 통일되자, 소련은 나토가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지만, 1991년 소련 해체 후 동구권 국가들이 잇따라 나토에 가입했습니다.
러시아는 더 이상의 나토 동진을 막겠다며 2년 전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는데, 이게 오히려 자충수가 됐습니다.
안보 위협을 느낀 중립국 핀란드에 이어 결국 스웨덴도 나토의 32번째 회원국이 됐는데요.
이처럼 요동치는 세계 안보 지형의 전망, 베를린 조빛나 특파원, 김귀수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막판까지 제동을 걸었던 친러시아 성향의 헝가리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동의했습니다.
가입 신청 1년 9개월 만에 모든 나토 회원국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형식적 절차를 마무리하면 나토의 32번째 회원국이 됩니다.
200년 넘도록 비동맹 중립노선을 견지해 온 스웨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 불안감이 커지면서 서방 동맹의 '안보 우산'을 택했습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스웨덴 총리 : "스웨덴은 뛰어난 국가이지만 우리는 우리의 모든 것과 우리가 믿는 모든 것을 더 잘 지키기 위해 나토에 합류했습니다."]
자주국방을 지향하며 국방 예산이 나토 회원국들의 목표치인 GDP의 2%가 넘는 스웨덴은 군사 강국입니다.
전 국민이 참여하는 '총력 방어체제'를 운영하며 남녀 모두 징집 대상입니다.
세계 정상급의 방위산업도 국방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첨단 그리펜 전투기와 고성능 잠수함, 자주포, 장갑차 등을 전 세계에 수출합니다.
특히, 1900년대 초부터 잠수함을 운용하며 축적한 강한 해군력은 나토의 해상력 강화에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안토니 블링컨/미 국무장관 : "(스웨덴 나토 합류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재침공이 초래한 '전략적 참패'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일 뿐입니다."]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직접 군대를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슬로바키아 총리의 발언도 있었지만 나토 사무총장은 파병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베를린에서 KBS 뉴스 조빛나입니다.
[리포트]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세계 안보 지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지난해 4월 중립국이었던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했습니다.
핀란드는 1,300여 km에 이르는 국경을 러시아와 맞대고 있습니다.
핀란드 가입 이전 나토 회원국들과 러시아가 접한 국경은 7백여 km 정도였으니 이제는 2배가 더 늘어난 셈이죠.
나토 확장을 경계해 온 러시아에선 발트해에 핵무기를 배치하겠다는 경고까지 나왔습니다.
지도를 보시죠.
나토에 가입한 스웨덴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건 아니지만 발트해를 감싸고 있습니다.
즉. 이제 러시아는 육지뿐만 아니라 발트해 쪽으로도 완전히 나토에 포위된 형국입니다.
외신들이 '발트해가 사실상 나토의 호수가 됐다'고 분석하는 이윱니다.
발트해 연안엔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그리고 역외 영토이자 군사적 요충지 칼리닌그라드가 있습니다.
러시아 발트함대의 본부가 있는 곳입니다.
나토는 발트해를 어떻게 방어할 계획일까요?
여기 이 섬, 고틀란드라는 이름의 섬인데요, 나토는 이 섬을 주축으로 발트해 방어선을 재구축할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도 즉각 맞대응했습니다.
14년 전 폐지했던 모스크바 군관구와 레닌그라드 군관구를 부활시켰습니다.
나토 확장에 맞서 군 자원을 서쪽으로 재배치한다는 선언입니다.
특히, 서방의 우크라이나 파병 검토와 관련해선 나토와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나토와 러시아의 대립각이 더욱 선명해지며 발트해가 유럽의 화약고로 부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나토의 확장은 우리나라 안보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김경진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우리 정부는 스웨덴의 나토 합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습니다.
[임수석/외교부 대변인 : "한국은 나토의 글로벌 파트너로서 다양한 교류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잇단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우리나라와 나토의 협력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 최초로 나토 사이버방위센터(CCDCOE) 정회원이 됐고, 나토대표부를 설치했으며, 개별 맞춤형 프로그램(ITPP)으로 11개 분야에서의 협력을 제도화했습니다.
이런 협력은 '대북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의미가 큽니다.
[두진호/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 : "사이버 안보 분야 그리고 실질 협력, 상호 운용성 강화 등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는데에도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렇게 평가합니다."]
고민은 나토와 대척점에 선 러시아와의 관계입니다.
전문가들은 러북 밀착이 심화 되는 상황에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사회와 함께 러시아를 압박해 나가되, 민간 교류와 전략 소통은 이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석배/전 주러시아대사 : "나토 + AP4(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참여 등은 우리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당연하고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러시아와 외교가 작동할 수 있는 공간도 넓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가 우리나라를 비우호국으로 지정하고,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양국의 '한계선'으로 제시했는데,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없다는 기본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경진입니다.
영상편집:이형주 사명환/그래픽:노경일 고석훈 채상우/자료조사:이수아 문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