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바로 거리에서 사는 노숙인들입니다.
정부 통계로는 노숙인 10명 가운데 두세 명은 여성인데 거리에서 여성 노숙인들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들은 추위와 굶주림뿐 아니라 성폭력과 폭행에도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보니, 거리에서조차 쫓기며 숨어 지내고 있습니다.
하누리 기자가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영등포역 인근의 공중 화장실, 70대 여성 노숙인 2명이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저 여기 문간에서 하루만 자고, 선생님들이랑 얘기하면 안 될까요?"]
그나마 지붕과 문이 있어 하룻밤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이곳...
[지연실/가명/음성변조 : "폐지 줍는 일도 열심히 했어, 35년을 했어. 손이 이렇도록 했잖아요."]
하지만 '안전'하진 않습니다.
밤새 드나드는 남성들, 추근대기까지 합니다.
[남성 : "누님 좋은 데 가서 주무시지, 그러면? 돈 내가 줄게. 아이, 10만 원 뭐, 100만 원도 내가 줘."]
KBS가 인터뷰 한 여성 노숙인 20명 가운데 절반은 거리에서 성폭력이나 폭행 등 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답했습니다.
이 위험 때문에, 화장실, 패스트푸드점, PC방 등에 숨어 살고 있습니다.
[별이 : "슥 다리를 만져보는 거예요. 머리도 그거 때문에 잘랐어요. 남자처럼 보이는 게 좋더라고요.”]
노숙에서 스스로 벗어날 순 없을까.
주부로 지내다가 폭행 등 가정 위기 때문에 거리로 밀려 나온 경우가 절반, '경제활동 경험'이 없어 자활은 쉽지 않았습니다.
[최정숙 : "뭐라도 해야 하는데 이력서 내놓을 데가 없어요. 60이 넘으니까."]
자립을 도울 여성 노숙인 일시보호시설이 2016년에 만들어졌지만 아직 전국에 단 한 곳뿐입니다.
[김진미/디딤센터 소장 : "안정적인 주거, 또 일자리, 기타 심리적인 회복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필요한데 여성 전용 시설이 부족하다 보니까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고요."]
남성들이 일정한 거리나 쪽방에 있는 데 비해 여성들은 위험을 피해 옮겨 다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실태조사부터 필요합니다.
[홍수경/홈리스행동 활동가 : "조사를 했을 때 여성 노숙자가 적게 나오니까 제도를 만들지 않고 남성 중심적인 노숙자 복지 지원 체계로 구축되는."]
실제로 지난해 정부가 처음으로 서울 강북 일대에서 여성 노숙인 지원 시범 사업을 했더니, '통계'에 없었던 62명을 더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이정경/사회복지사 : "(추워서 술 좀 먹는 거지.) 술 지금 드셨구나. (추워서.)”]
우리나라 전체 노숙인은 감소세, 하지만 여성 노숙인은 14% 늘어났고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하누리입니다.
촬영기자:오광택/영상편집:이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