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북 ‘전략적 외교’ 전환…북중 교류 심화?

입력 2024.04.06 (08:53)

수정 2024.04.06 (09:41)

[앵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밀착 행보를 보이는 북한이 최근 사회주의 국가들에 대표단을 파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중국, 베트남, 라오스와 연쇄 접촉을 한 건데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동남아에 대표단을 파견해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중점적으로 봐야 할 부분은 중국과의 관계입니다.

한동안 교육, 문화 정도에 그쳤던 교류가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아 김정은의 방중까지 점쳐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북한 외교는 어디로 향하는 걸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1일, 김성남 북한 국제부장이 노동당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을 출발 했습니다.

이들이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중국.

김성남 부장은 중국 공식 서열 4위이자, 시진핑 주석의 책사로 알려진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을 만나 양국 간 친선을 확인했습니다.

[조선중앙TV/3월 23일 : "왕후닝 동지는 국제정세가 아무리 변해도 쌍방의 전략적 선택인 중-조 친선은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이어 대표단은 곧장 하노이로 날아갔는데요.

이곳에선 베트남 공산당 쯔엉 티 마이 조직부장과 담화하며 친선 강화를 요청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라오스의 씨쑤릿 주석까지 예방한 북한 대표단.

역시나 전략적 협조와 공동투쟁을 언급했는데요.

[조선중앙TV/3월 31일 : "김성남 동지는 진정한 국제적 정의를 실현하는 길에서 라오스와의 동지적, 전략적 협조와 공동투쟁을 적극화해 나가려는 우리 당의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연쇄 순방은 우방국가와의 실무접촉을 통해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고, 반미 국가들과의 대적 투쟁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한진명/전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관 3등서기관 : "김정은이 자기가 밝힌 것처럼 반미 공동 전선을 강화하겠다 그러지 않았어요? 지금 상태에서 북한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건 적지만 거기밖에 없거든요. 지지 세력 확보를 작은 나라라도 획득하기 위해서 그쪽에 치중하는 거 같아요."]

한편으론 북한이 제3세계 국가와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경제적 돌파구를 마련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 북한은 지난 1월, 우간다 캄팔라에서 열리는 제19차 비동맹운동 정상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이달 세네갈에서 열리는 제5차 국제 농업 및 식료 근로자 동맹 대회에도 대표단을 파견했습니다.

[이상숙/국립외교원 연구교수 : "(북한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로 자유민주주의 진영 대 권위주의 진영이라는 이분법적인 국제정세에 파악이 있었고요. 그것을 신냉전이라는 언급으로 자기들의 국제정세 인식을 드러냈었죠. 그런데 올해는 흔히 글로벌 사우스라고 하는 제3세계 외교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이라고 저는 생각이 됩니다. 선진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경제 제재 (해제)가 아닌 제3세계 국가들과의 경제나 협력, 이익을 추구하는 의미가 있는 거죠."]

2020년 1월, 북한은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이유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외교적 고립을 자처했습니다.

북한의 고강도 방역 조치에 따라 평양에 주재하는 각국 공관 직원과 가족들도 모두 철수했는데요.

2021년 2월, 주북 러시아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직원과 가족들이 레일바이크 형태의 수동 수레 열차를 타고 철길을 이동하는 모습은 큰 화제를 낳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유럽 국가들조차 그동안 폐쇄됐던 북한 주재 대사관을 재가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 독일 외무부가 평양을 방문한 데 이어 영국과 스웨덴, 스위스도 평양 방문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 겁니다.

서방 국가와의 적대적 관계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올해 북한 외교 노선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평가입니다.

[이상숙/국립외교원 연구교수 :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라든지 아니면 상대국에서 적극성을 보이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겠죠. 최근에 북한이 대외공관을 축소하는 움직임들이 있었기 때문에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모든 서방 국가들과 적극적인 노력을 보이진 않을 거고요. (주북) 대사관은 재개하지만 일부 국가들에 선택과 집중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잇따라 재외 공관을 폐쇄해 왔습니다.

스페인과 홍콩, 세네갈, 앙골라 등 현재까지 총 10개의 재외 공관이 문을 닫았고 43개의 공관만 운영 중인데요.

만성적인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이 실익이 없는 공관을 폐쇄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형편이 어려워진 만큼 북한이 전략적 외교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한진명/전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관 3등서기관 : "중점 외교라고 하면 어느 지역에 보루를 마련하고 보루인 이 국가를 중심으로 주변국들에 북한이라는 나라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겁니다. 그래서 실례로 보면 앙골라 우간다 보세요. 콩고민주공화국에 대사관이 있잖아요. 그럼 그 주변 나라들 아닙니까? 충분히 거기에서 기존에 북한이 하던 것처럼 교역 나라 형식으로 그 나라들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거예요."]

[조선중앙TV/3월 29일 : "러시아연방 대외정보국 국장 세르게이 예브게니예비치 나리시킨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연방 대외정보국 대표단이 3월 25일부터 27일까지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러시아 대외정보국 국장이 평양을 방문해 리창대 국가보위상과 회담한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습니다.

[조선중앙TV/3월 29일 : "조선 반도와 러시아를 둘러싼 현 국제 및 지역 정세들에 대한 견해가 호상 통보되고 적대 세력들의 가증되는 정탐 모략 책동에 대처해서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실무적 문제들이 폭넓고 진지하게 토의됐습니다."]

올해는 미 대선이 실시되는 만큼 북한이 북러 간 정보협력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올해 북한 외교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나라는 다름 아닌 중국입니다.

수교 75주년이자 ‘북중 우호의 해’를 맞은 두 나라 간 상당한 교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중국을 방문한 김성남 국제부장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함께 김일성이 심었던 가문비나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양국 간 협력 강화를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이상숙/국립외교원 연구교수 : "올해 눈여겨봐야 할 점은 정보기술 분야 협력이 있습니다. 북·중 간에 정보통신기술 협력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나온 적이 없었거든요. 올해 이 분야를 강조한 것을 보면 정보통신 분야의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보통신기술 분야 협력은 사실 제재 틀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협력이라서 우리가 확인할 수 없는 부분도 있고 제재에 틀에서 회피의 수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조금 더 눈여겨봐야 할 거 같습니다."]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업종합대학, 평양 이과대학 등에서 키워진 북한 IT 인력들이 대규모로 중국에 진출해 외화벌이 활동을 할 수도 있는 겁니다.

실제 북한은 자국의 연구소나 기업보다 해외로 더 많은 IT인력을 파견한다고 합니다.

[장혁/전 북한 국가과학원연구소 근무 : "제가 아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외국에 나가서 일을 할 때 모니터를 막 7~8개 띄워놓고 동시에 한 3개 내지 4개 일감을 동시에 받아서 처리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초창기에 IT기술이 좀 떨어지던 시기에는 대학생들 숙제라든가 그런 사소한 벌이부터 시작해서 대형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자기의 실력에 걸맞은 일감을 찾아서 배우면서 그렇게 일을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에게 올해는 러시아와는 군사·안보를, 중국에게선 경제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요.

하지만 중국이 북러간 밀착을 마냥 반기지는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북중러의 연대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습니다.

[이상숙/국립외교원 연구교수 :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러 간 안보 협력이 강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북러 안보 협력의 강화는 결국 반대급부로 한미일 협력의 강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중국으로선 그것이 반가운 상황은 아닙니다. 그래서 중국은 북러 안보 협력에 대해선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고 특히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자국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노력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그 부분을 중국은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3자가 같이 있는 모양새가 그렇게 많이 연출될 거 같진 않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가장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는 북한.

러시아, 중국과의 밀착을 과시하면서 제3세계 국가에까지 교류의 손짓을 보내고 있는 북한이 얼마나 외교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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