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얼마 전 러시아 해커 조직들이 법원 등 우리 공공기관에 대한 전방위적 공격에 나섰단 소식 전해드렸는데,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KBS 취재 결과, 시설 하우스 같은 농가들의 생활 기반까지 표적으로 삼아 해킹 공격을 이어가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신지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충남 천안에 있는 한 오이 농가의 원격 제어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으로 시설 하우스 창을 여닫고, 온도도 조절합니다.
그런데 지난 6일 시설 하우스 온도가 최대치인 999도로 설정됐습니다.
러시아 한 해커그룹이 원격 제어용 화면을 해킹한 겁니다.
지난달 말 "한국에 대한 해킹 작업을 시작했다"고 위협하고 나선, 바로 그 해커 조직입니다.
[오성진/원격 제어 시스템사 대표 : "(시설 하우스) 개폐기를 여닫는 부분, 그 화면을 해커가 접속을 해가지고..(시스템을) 자동으로 안 쓰고 그냥 수동으로 돌려놨기 때문에 이 농가는 피해를 보지 않았습니다."]
이 해커 조직, 어떻게 농가 제어 시스템을 뚫을 수 있었을까.
단순한 형태의 비밀번호가,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피해 농가는 숫자 하나로 된 초기 비밀번호를 2년 넘게 쓰고 있었습니다.
[최상명/보안 전문가 : "해커들은 이 원격 제어 서비스에 접속을 해서 비밀번호가 간단할 경우에 그 비밀번호를 인증하고 그 화면들을 지금 제어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전체 시설 하우스 면적의 14%가 이 같은 원격 제어 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많은 농가가 초기 비밀번호를 그대로 쓰거나, 비밀번호가 있는지조차 몰라 해킹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김광섭/딸기 농장 운영 : "스마트 농장 시스템도 비밀번호를 바꿔야 되나 생각도 사실은 못하고 그냥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전문가들은 초기 설정된 간단한 비밀번호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시설 하우스 농가의 해킹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KBS 뉴스 신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