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키이우] 가장 끔찍한 학살 현장에서 다시 삶은 시작된다

입력 2024.12.19 (21:40)

수정 2024.12.19 (22:09)

[앵커]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입니다.

종전 협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며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한 양측의 전투와 외교전이 치열합니다.

러시아 고위 장성을 암살하는 등 전세를 뒤집기 위한 우크라이나 노력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키이우 현지 연결합니다.

이승철 기자, 러시아가 보복을 예고한 만큼 현지 긴장이 더 높아졌을 것 같은데, 현재 상황 어떻습니까?

[리포트]

밤 사이 이곳 키이우엔 공습 경보가 발령됐다가 해제되고, 다시 사이렌이 울리는 일이 여러 번 반복됐습니다.

전쟁이 만 3년에 접어들다 보니 키이우 시민들은 이런 상황에 익숙하면서도, 또 지쳐가는 모습입니다.

우크라이나 정부 차원에선 협상에 대비한 외교전도 펼쳐지고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를 찾아 유럽 정상들에게 강력한 공동의 입장을 취해달라고 호소했고, 동시에 현재 러시아가 통제하는 남부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지역을 되찾을 힘이 없다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최우선적으로 안전만 보장되면 영토의 완전 수복을 고집하진 않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러시아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까지 경고했는데, 미국에게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하라는 얘기입니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 이곳에서 가까운 부차, 라는 지역을 점령한 뒤 민간인을 학살했는데요.

여전한 상처 속에 공동체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러시아군을 막기 위해 끊어놨던 다리 옆으로 새 길을 냈습니다.

불타고 버려졌던 자동차들의 무덤은 이제는 주행 연습장이 됐습니다.

2022년 2월말 시민이 천 명 넘게 러시아군에게 학살당한 부차입니다.

[율리야/부차 제3고등학교 학생 : "저희는 점령 초기 14일 동안 부차에 있었습니다. 많은 폭발이 있었고,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러시아군은 한 달 만에 물러났지만, 이후로도 공습은 계속돼 이곳 학교들은 자체 방공호를 지었습니다.

유니세프 지원으로 마련한 공간엔 화장실과 침상도 있고, 천 명까지 수용할 수 있습니다.

태양광 패널로 비상 발전 시설까지 갖췄습니다.

[갈리나 스티샤크/부차 제3고등학교 시설 부소장 : "공습경보가 울릴 때, 아이들은 이곳에서 밝고 따뜻하며 편안한 방에 머물 수 있습니다."]

전쟁은 수업 풍경도 바꿔놨습니다.

공습이나 피란 상황에 대비해 원격수업 시스템을 갖춘 겁니다.

[올레나 마카르키나/부차 제3고등학교 교사 : "교육을 중단하지 않고 아이들이 학습 기회를 잃지 않게 하기 위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전쟁은 2차대전 이후 가장 끔찍한 학살의 기억을 남겼습니다.

가장 비극적인 그 장소에서부터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노력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KBS 뉴스 이승철입니다.

촬영기자:신봉승 고형석/영상편집:김대범/자료조사:이수아/통역:테티아나 보디아니츠카·보흐다나 트카추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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