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 법원 현판이 통째로 뽑혀 나뒹굴고 있습니다.
법원 외벽은 갈기갈기 찢기고 뜯겨 나갔습니다.
대통령 지지자들의 난입, 그리고 난동의 끝은 이렇게나 처참한 흔적으로 남게 됐습니다.
어제 새벽녘 들려온 대통령 구속 소식에 서부지법 앞 시위 현장은 말 그대로 흥분의 도가니였습니다.
의자와 소화기, 망치까지 집히는 대로 들고 창문을 부쉈습니다.
막아서는 경찰을 거칠게 밀고, 방패를 빼앗아 듭니다.
급기야 제지하는 경찰들을 가격하기 시작합니다.
법원 후문을 향한 시위대가 청사로 쏟아져 들어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0분 남짓.
진압복이나 헬멧 없이 시위대에 맞섰던 경찰들 사이 부상자가 속출했고, 이를 취재하던 기자들도 폭행을 당했습니다.
[황종원/KBS 촬영기자 : "경찰들이랑 몸싸움이 엄청 심하게 일어나고 그러면서 흥분도가 더 올라간 것 같아요. 여기저기 막 맞고 그러면서 제가 거의 바닥을 굴렀거든요. 저희 카메라가 많이 부서졌고…"]
감정이 격해진 시위대. 영장을 발부한 판사 이름을 부르며 '색출'에 들어갔습니다.
["차OO 나와! 차OO 나와!"]
판사실이 있는 7층까지 난입했는데, 영장 판사는 발부 사실이 공개되기 전 퇴근해 화를 피했습니다.
폭력으로 얼룩진 세 시간. 사상 초유의 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아침 6시쯤 가까스로 수습됐고, 경찰은 관련자 90명을 체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옥중 입장문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평화적 방법으로 의사 표현을 해 달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시위대 무료 변론을 자처하며 공개 모금에 나선 황교안 전 총리, 경찰의 과잉 대응이 문제라고 지적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발언은 정치권이 되려 기름을 붓는 것 아니냐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체포된 현행범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삼십대라고 알려진 상황, 소요죄가 적용된다면 최대 징역 10년의 강도 높은 처벌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경찰은 배후에 폭력 현장을 실시간 중계하고 자극적 발언을 쏟아낸 극우 유튜버들의 선동이 있었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는데, 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상위 보수 유튜버들의 후원 수익이 계엄 이후 한 달 만에 두 배 이상 뛰었다며, 철저한 과세 점검을 촉구했습니다.
영상편집:여동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