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계엄이 어떻게 내란 될 수 있나…김 여사 건강 걱정된다”

입력 2025.01.28 (19:33)

수정 2025.01.28 (22:03)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

구치소에서 설을 맞이하게 된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계엄이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느냐”며 계엄 선포는 ‘국가 위기 상황을 알리려는 헌법상 조치’였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 설 전날에도 “계엄은 내란 아냐…국회의 해제 요구 예상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석동현 변호사는 오늘(28일) 서울구치소 접견 후 “대통령은 자신이 내란 우두머리로 구속기소된 소감과 관련해 ‘이번 계엄이 왜 내란이냐,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느냐?’(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석 변호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오늘 변호인 접견에서도 “거대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 독재 때문에 나라가 위기에 처한 것으로 대통령으로서 판단하여 주권자인 국민에게 이러한 위기 상황을 알리고 호소하고자, 헌법상의 권한으로 계엄을 선포했다”며 “ 국회가 헌법에 정한 방법으로 해제를 요구하자 즉각 (계엄을) 해제했다. 모든 것이 헌법 테두리 내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유혈 사태가 있었느냐, 인명 사고가 단 한 건이라도 있었느냐, 정치인들 단 한 명이라도 체포하거나 끌어낸 적이 있느냐, 그런 시도라도 한 적이 있느냐? 이게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계엄 상태에서 행정과 사법을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한 ‘정치 프로그램’을 전혀 준비한 적도 없고 실제로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계엄을 선포하며 국회를 대체할 ‘비상 입법기구’를 세우려 했다는 정황을 재차 부인한 겁니다.

윤 대통령은 또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알고도 계엄을 선포했다고도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변호인들에게 “계엄을 선포하기로 하고 지시를 하면서도, 막상 계엄선포를 하게 되면 국회에서 곧바로 해제 요구가 들어올 것을 예상했다”며 “국회의 요구 시점이 어떻게 되든 계엄 상태란 것은 오래 끌 수 없는 일이고 또 그럴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아세안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지난해 10월 1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아세안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지난해 10월 1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김 여사 건강 걱정”…접견은 어려울 듯

윤 대통령은 배우자 김건희 여사 건강이 걱정된다는 말도 남겼습니다.

석 변호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영부인이 건강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면서 “(이달) 15일 관저를 떠나온 이후로 얼굴도 한 번도 보지 못했고 또 볼 수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석 변호사는 또한 “(김 여사) 건강 상태가 어떤지 좀 걱정이 된다는 말씀도 했다”고도 전했습니다.

김 여사는 지난해 10월 윤 대통령의 아세안 3개국(라오스·필리핀·싱가포르) 순방에 동행한 이후 공개 활동을 자제했으며, 자신을 둘러싼 공천개입 의혹 및 대통령실 인사 관여 의혹 등이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자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는 동행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관저에 칩거 중입니다.

26일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접견과 서신 제한을 해제했지만, 김 여사가 서울구치소를 직접 방문하기는 어려운 거로 보입니다.

여권 관계자는 KBS에 “김 여사가 서울구치소로 접견을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건강이 워낙 안 좋은 상태인 데다, 김 여사가 움직이면 야당의 공세가 시작될 거라 움직이기 어려울 거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 : 헌법재판소)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 : 헌법재판소)

■연일 ‘옥중 메시지’…대통령실·국민의힘 ‘면회’ 줄이을듯

윤 대통령은 변호인단을 통해 연일 발언을 공개하며 ‘옥중 정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연휴 시작 하루 전인 이달 24일 “국민 여러분 생각이 많이 난다”며 “여러분 곁을 살피고 도와드리지 못해 안타깝고 죄송하다”는 윤 대통령 메시지가 변호인단을 통해 페이스북에 게재됐습니다.

변호인단은 이 메시지가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서신 발신까지 제한된 상태여서, 변호인 구술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전하는 설날 인사”라고 설명하며 공수처의 서신·접견 제한을 간접 비판했습니다.

어제(27일)도 검찰의 구속 기소에 대해 “처음부터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서 각오하고 시작한 일이었다”며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 가는 길이니, 국민을 믿고 국민들과 함께 당당하게 대처해 나가자고 했다”는 말을 변호인단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국민’과 ‘청년’을 자주 언급하는 등, 지지층 결집 목적으로 풀이되는 발언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석 변호사는 오늘 “설 명절을 차디찬 구치소에서 보내는 심정과 관련하여 현직 국가원수인 대통령으로서 겪는 이 현실에 관해, (윤 대통령은) 다른 말씀은 안 했지만,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며 “대통령은 지금 자신의 고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하셨다”고 했습니다.

이어 “다만 무엇보다 나라의 앞날이 걱정되고 또 국민들이 추위와 생계에 얼마나 힘이 들까, 또 꿈을 키워야 하는 청년들 미래 세대들이 현실에 좌절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더 걱정된다”고 했습니다.

2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2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설 연휴 이후 참모진과 의원들의 면회도 이어질 거로 보입니다.

대통령실 고위 참모들이 면회를 신청한 거로 알려졌으며,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도 개별적으로 면회를 준비 중입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KBS에 “인간적 도리로 면회를 가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지도부 차원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면회를 신청했다”고 말했습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뿐만 아니라 관저에 오셨던 국회의원들, 또 당협위원장들이 (윤 대통령을) 다 접견하고 싶어 한다”며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구치소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기운을 북돋아드리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윤 의원은 “윤 대통령이 김진홍 목사가 서명한 성경을 보고 있으며, (구치소) 안에서도 혼자서 탄핵 심판을 준비하고 법적 요건을 따지는 등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며 “주변의 걱정에 대해 ‘전혀 걱정 마시라. 오히려 밖에 있는 분들에게 죄송하고 고맙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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