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기간 잠시 멈췄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가 내일(4일)부터 재개됩니다. 탄핵심판은 벌써 두 차례 변론준비기일과 네 차례 변론기일을 거쳐 '중반전'에 접어들었는데요.
특히 지난달 21일과 23일 열린 3·4차 변론기일에는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이 직접 심판정에 나왔습니다. 4차 변론기일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윤 대통령 측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날 헌법재판관들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직접 여러 차례 질문을 던져 눈길을 끌었습니다. 헌법재판관들의 질문을 모아보면, 이번 탄핵심판의 핵심 쟁점이 무엇인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 윤 대통령에게 던진 2가지 질문…핵심은 '국회 무력화 의도'?먼저, 윤 대통령이 처음 헌재에 모습을 드러낸 3차 변론기일 당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에 대한 신문을 하겠다"며 딱
2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①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으십니까? ② 본인께서는 이진우 수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계엄 선포 후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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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질문은 이른바 '최상목 쪽지'로 불리는 문건과 관련된 질문입니다. 이 문건은 헌재에 증거로 제출됐는데, 문건에 적힌 내용에는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국회 탄핵소추단은 윤 대통령이 국회의 권능을 무력화하고, 이를 대체할 기구로 국가비상입법기구를 창설하려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헌재 역시 이 부분을 중요하게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우리 헌법과 계엄법은
비상계엄 상황에서도 국회의 권한은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만약 윤 대통령이 국회 대체나 무력화를 전제로 한 새로운 입법기구를 창설하려 했다면 그 자체로 위헌·위법행위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해 작성 내용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부인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서 공개된 문건 (사진 제공: 헌법재판소) 두 번째 질문 역시 '국회 권능 무력화' 시도가 있었는지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앞서 검찰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이진우 전 사령관에게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곽종근 전 사령관에게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사실이 담겼습니다.
윤 대통령이 실제로 군 장성들에게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면
계엄 해제를 위한 국회 활동을 직접적으로 방해했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측은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한 것이 '질서 유지 차원'이었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습니다.이 전 사령관과 곽 전 사령관은 내일 헌재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할 예정입니다.
지난달 23일 헌재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나란히 출석했다. ■ 증인에게도 '송곳 질문' 쏟아낸 재판관들…'최상목 쪽지'·'체포 시도' 쟁점이어진 4차 변론기일부턴 본격적인 증인신문이 시작됐습니다. 첫 증인은 내란 혐의 관련자 가운데 가장 먼저 구속기소 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었습니다.
김 전 장관을 증인으로 신청한 피청구인, 즉 윤 대통령 측의 주신문과 국회 측의 반대신문이 세 차례 오갔는데, 헌법재판관들 역시 김 전 장관에게 직접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번에도 질문 대부분이
'국회 무력화 시도'에 집중됐습니다.
정형식 헌법재판관
① 본청 건물 안에 군 병력이 왜 들어갔습니까? 본청 건물의 문에만 배치를 해놓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들어갔으니까 충돌이 생긴 게 아니에요? ② 국회 동정을 파악해서 포고령을 위반하면 체포해야 된다 이렇게까지 말씀하신 건 아닌가요, 혹시? 조건이 성숙이 되면 체포해야 한다, 이런 취지로 얘기를 한 것이 아니냐 이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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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정형식 재판관은 김 전 장관에게
국회 본청 건물 안에 계엄군이 투입된 경위와 이재명·한동훈·우원식 등
주요 정치인 체포 지시 여부를 추궁했습니다.
오로지 '질서 유지 목적'이었다는 김 전 장관의 주장에 의문을 표하고, '체포'라는 단어를 꺼낸 적이 없는 게 맞는지 재차 확인한 건데요. 국회 활동을 제한하려는 시도가 있었는지 살피려 한 거로 보입니다.
김형두 헌법재판관
①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저 내용이 왜 필요했습니까? 가운데 거는 왜 쓰셨어요? 저거는 국회를 정지시키겠다는 뜻인 거잖아요. ② 포고령 1항을 보면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 이렇게 돼 있거든요. 그래서 결국은 가장 주된 목표가 입법기구인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키겠다고 하는 그런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③ 실제로 보면 국회의장께서도 그 출입구로 못 들어가서 담을 넘어서 들어갔고 일부 국회의원들께서는 그 차단한 병력들이 그 진출로를 열어주지 않아서 국회에 못 들어간 그런 경우도 있었거든요. 출입구는 왜 막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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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두 재판관은 앞서 윤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했던 문형배 대행과 마찬가지로
'최상목 쪽지'에 주목했습니다.
김 전 장관이 이 문건을 직접 작성했다고 증언한 만큼, 문건 두 번째 조항에 적힌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 지원금, 임금 등 자금을 차단하라는 지시는
"국회(기능)를 정지시키겠다는 뜻이 아니냐"라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김 재판관은 특히 계엄포고령 1항에 적힌 '국회 등 정치 활동 금지' 조항과 '최상목 쪽지' 문건의 내용이 결합될 경우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키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습니다.
김 재판관은 계엄 당시
국회 봉쇄 시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재차 확인했습니다. 모두 정상적인 국회 활동을 막으려 한 것이 아닌지에 관한 질문입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① 이 사건 계엄의 목적은 거대 야당에 경종을 울리고 부정 선거의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것, 이렇게 정리하면 됩니까? ② 국가비상입법기구 아까 말씀하셨는데 입법 권한을 실행할 기구를 아마 생각을 하신 것 같아요. 그게 그러면 5공화국 당시에 국가보위입법회의하고 같은 성격으로 보면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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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재판관은 계엄의 목적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만 사후적으로 선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계엄 선포가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기 위한 질문으로 보입니다.
이 재판관은 또 '국가비상입법기구'에 대해서는 전두환 신군부가 국회를 해산하고 설치한 임시 입법 기구인
'국가보위입법회의'와 같은 성격인지 따져 물었습니다. 국회를 대체할 기구를 세우려고 한 것인지를 확인한 거로 보입니다.
재판관들의 잇따른 질문에 김 전 장관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으며,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반박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비상입법기구와 관련해 "이게 자꾸 과거에 국보위를 연상시켜서 국회를 해산시키고 국회를 대체하는 무슨 입법기구를 만드는 것처럼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런 성격은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어제(2일) 헌법재판소 모습 ■ 내일 이진우·여인형·홍장원 증인 출석…진실 공방 예고내일 열리는 5차 변론기일에서도 '국회 무력화 시도' 여부는 핵심 쟁점이 될 거로 보입니다.
특히 윤 대통령에게 직접 지시를 받은 걸로 알려진 이진우·여인형 전 사령관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만큼, 치열한 진실 공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관들은 이번에도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정치인 등 주요 인사를 체포하라고 지시했는지 집중적으로 짚어볼 거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