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 속 덩그러니 남아있는 집 한 채.
인도네시아 자바섬 중부, 레조사리 세닉 마을의 유일한 주민 파시자 씨는 바다 위, 침수된 마을 한가운데서 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벼를 심고 고구마를 캐던 옛 마을 터는 물에 잠겨 흔적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기후 변화에다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로 마을이 물에 잠긴 건데요.
주민들은 모두 떠났지만 파시자 씨는 고향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파시자/레조사리 세닉 주민 : "예전엔 쌀, 고추, 땅콩, 옥수수, 각종 고구마를 모두 재배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재배하던 모든 것들 다 사야 해요."]
남은 파시자 씨가 대신 선택한 건 바다에서 자라는 맹그로브 묘목을 심는 것!
밀려오는 강한 바람과 파도를 막아주는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해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연과의 연결 고리이자 이 땅을 살려주는 상징적인 존재가 됐습니다.
매년 약 만 5천 그루씩 맹그로브를 심어온 게 벌써 20년.
파시자 씨는 유일한 동반자 맹그로브와 함께 이 외로운 삶을 오늘도 지켜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