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서 소외 받는 혼혈인

입력 2006.02.08 (13:49)

수정 2006.02.08 (18:56)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챔피언 결정전)에서 한국계 미국인 하인스 워드(30)가 역경을 딛고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것을 계기 삼아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혼혈인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혼혈인은 6ㆍ25전쟁에 참가한 주한미군과 한국 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1세대'를 시작으로 최근 아시아인과 한국인 사이에 태어난 `코시안(Kosian)'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혼혈인에 대한 차별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혼혈문제 전문가들은 순수혈통을 중시하며 혼혈인을 괄시하는 풍토가 차차 변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약하다며 한국에서 일고 있는 `워드 신드롬'이 사회적 약자인 혼혈인에 대한 인식전환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내 혼혈인 현황 = 국내 혼혈인은 1940년대 중반 주한미군과 한국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 1세대'를 시작으로 현재 3만5천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8일 혼혈인지원단체 `펄벅재단'에 따르면 국내에 살고 있는 미국계 혼혈인이 5천명 정도, 코시안이 3만명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혼혈인은 역사적 관점에서 1, 2, 3세대로 나눌 수 있다.
혼혈 1세대는 6ㆍ25전쟁 발발과 함께 우리나라에 들어온 주한미군과 한국 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인으로 1947년 이후 현재까지 계속 태어나고 있다.
혼혈 2세대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우리나라를 찾은 동남아 남성과 한국 여성 사이에 태어나 1990년대부터 늘고 있으며 혼혈 3세대는 한국 남성과 주로 농촌에 시집온 동남아 여성 사이에 태어나 2000년대부터 급증하고 있다.
◇ `혼혈은 낙인' 인식변화 없어 = 순수 혈통을 중시해온 우리 사회에서 혼혈은 하나의 `낙인'처럼 인식되며 혼혈인은 고난을 겪고 멸시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
국제화가 진행되는 등 시대가 변하고 혼혈인 스타가 배출되면서 국민 인식에 점진적으로 변화가 일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사회의 각 분야에서 혼혈인은 아직도 `이방인'으로 취급받고 있다.
특히 혼혈 1세대 중 흑인과 한국 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 아동은 인종 차별의 아픔까지 겪어야 하는 두배의 시련도 있었다.
취학아동의 경우 아직도 국내학교에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 형편이 되는 경우 외국인 학교에 들어갈 기회를 얻지만 대부분 가난이 되물림되는 형편이어서 교육의 기회가 많지 않다.
성장해 취업 시기가 되어도 장애인과 함께 혼혈인은 기피 대상 1순위에 오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혼혈인 사이에도 차이가 존재해 한국 남성과 동남아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아동은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는 등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고 있으나 주한미군과 동남아 근로자를 아버지로 둔 혼혈 아동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 쉬운 형편이다.
◇ 개인성공담 치중 경계해야 = 워드의 MVP 수상 소식과 함께 혼혈인의 아픔을 담은 애틋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에는 `워드 신드롬'까지 일며 그의 이름이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쾌걸조로'라는 네티즌은 "`멋지게 성공해서 어머니와 한국에 가고싶다'고 말한 워드의 마음만은 분명 한국인"이라며 "정부는 워드에게 명예시민증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워드 신드롬'을 계기로 혼혈인에 대한 관심이 다소 높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관심이 한 개인의 성공담에 초점을 맞춰지다 보니까 열심히 살면서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혼혈인에게 또다른 상실감을 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펄벅재단의 이지영 간사는 "혼혈인 문제는 일부 혼혈인 연예인이 인기를 얻거나 하인스 워드 같은 사람이 주목받는다고 해서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며 "먼저 정부의 정책이 바로 서고 모든 사람이 시간을 갖고 함께 노력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성공회대 박경태 교수는 "혼혈인 스타에 대한 관심이야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만 `이제 혼혈인도 대접받는구나'라고 현실을 호도하고 자칫 소수 성공사례를 가지고 '저들은 저렇게 성공하는데 너희는 뭐했냐'는 식으로 사회 구조적 책임을 개인의 무능으로 전가할 위험이 있다"고 경계했다.
혼혈인 차별철폐를 촉구하는 `하이패밀리' 여한구 사무총장도 같은 지적과 함께 "워드 열기가 혼혈인과 그 부모들의 인권문제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 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박찬운 인권정책본부장은 "`혼혈인'이라는 말 자체도, 하인스 워드의 성공으로 `흑인' 혼혈인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는 현상도 인종 차별"이라며 "인권위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코시안 인권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권위는 연초 조직개편에서 팀제를 도입하며 신설한 차별시정본부 산하 인종차별팀을 중심으로 우리사회 혼혈인 차별 개선에 관해 사업계획을 세우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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