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고분훼손 심각

입력 2000.08.13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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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문화재의 보고인 경주에서 신라 고분들이 무더기로 도굴되거나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문화적 보존 가치가 높다는 관계당국의 판정은 받았지만 아직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 않은 고분들이기 때문입니다.
기동 취재부 이창용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경주시 외곽에 있는 선도산입니다.
신라시대 명당으로 알려져 고분 수천기가 들어선 곳입니다. 숲을 헤치자 뻥 뚫려 흡사 반공호 같은 묘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봉분 한쪽이 완전히 파헤쳐지고 일부만 남았습니다. 전문 도굴꾼이 6세기경 유행했던 이 돌 무덤을 부스고 유물을 훔쳐간 것입니다.
⊙등산객: 발굴조사해서 가져가면 문화재가 바깥으로 유출 안 될 텐데...
도굴꾼이 가져가니까...
⊙기자: 부근에 있는 다른 신라고분 역시 도굴됐습니다.
사람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구멍을 내고 무덤을 털었습니다. 부장품은 모두 도난 당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경주시 학예연구사: 부장품을 소량 넣는다 해도 토기류나 철제품은 상당수 들어가죠.
⊙기자: 당시 귀족의 묘지로 추정되는 이 무덤은 정상 부분이 흉칙하게 파헤쳐져 있습니다.
이 일대는 무덤 두 개 가운데 하나가 파손될 정도로 훼손이 심각합니다.
선도산 뿐 아니라 고분군이 대량으로 발견된 경주 주변 여러 산들이 비슷한 실정입니다.
문제는 이들 고분들이 관계 당국에 의해 문화재 보존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문화재청은 선도산의 경우 지난 94년 지표조사를 벌여 보존가치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뒤늦게 문화재 지정에 나섰지만 주민들이 사유재산권 침해를 들어 반발하자 슬그머니 계획을 보류했습니다.
⊙주민: 사적지로 묶이면 주민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죠.
건물 신축도 개축도 안 되고...
⊙기자: 문화재 보존과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라는 상반된 명제 사이에서 눈치만 보고 있는 형편입니다.
⊙유춘규(문화재청 기념물과 계장): 주민의 불편이 없고 또 유적지도 보존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해서 조만간 결정을 내릴 예정입니다.
⊙기자: 이러다 보니 관리를 맡고 있는 일선 자치단체에서 문화재를 제대로 관리할 리가 없습니다.
경주시청측은 지정 문화재만 관리하기도 어려운 판에 정식 등록이 안 된 비지정 문화재에 대해서는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말합니다.
⊙경주시 직원: (중앙정부가) 체계적으로 관리해야지 돈도 없는 지자체에 맡겨선 안 돼요.
⊙기자: 재건축 주민들에 의해 굴착기로 훼손된 서울 풍납토성의 경우 대통령까지 나서면서 겨우 사적지로 지정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아직도 재원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신라 고분 등 유물 훼손과 주민 피해는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KBS뉴스 이창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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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고분훼손 심각
    • 입력 2000-08-13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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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문화재의 보고인 경주에서 신라 고분들이 무더기로 도굴되거나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문화적 보존 가치가 높다는 관계당국의 판정은 받았지만 아직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 않은 고분들이기 때문입니다. 기동 취재부 이창용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경주시 외곽에 있는 선도산입니다. 신라시대 명당으로 알려져 고분 수천기가 들어선 곳입니다. 숲을 헤치자 뻥 뚫려 흡사 반공호 같은 묘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봉분 한쪽이 완전히 파헤쳐지고 일부만 남았습니다. 전문 도굴꾼이 6세기경 유행했던 이 돌 무덤을 부스고 유물을 훔쳐간 것입니다. ⊙등산객: 발굴조사해서 가져가면 문화재가 바깥으로 유출 안 될 텐데... 도굴꾼이 가져가니까... ⊙기자: 부근에 있는 다른 신라고분 역시 도굴됐습니다. 사람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구멍을 내고 무덤을 털었습니다. 부장품은 모두 도난 당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경주시 학예연구사: 부장품을 소량 넣는다 해도 토기류나 철제품은 상당수 들어가죠. ⊙기자: 당시 귀족의 묘지로 추정되는 이 무덤은 정상 부분이 흉칙하게 파헤쳐져 있습니다. 이 일대는 무덤 두 개 가운데 하나가 파손될 정도로 훼손이 심각합니다. 선도산 뿐 아니라 고분군이 대량으로 발견된 경주 주변 여러 산들이 비슷한 실정입니다. 문제는 이들 고분들이 관계 당국에 의해 문화재 보존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문화재청은 선도산의 경우 지난 94년 지표조사를 벌여 보존가치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뒤늦게 문화재 지정에 나섰지만 주민들이 사유재산권 침해를 들어 반발하자 슬그머니 계획을 보류했습니다. ⊙주민: 사적지로 묶이면 주민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죠. 건물 신축도 개축도 안 되고... ⊙기자: 문화재 보존과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라는 상반된 명제 사이에서 눈치만 보고 있는 형편입니다. ⊙유춘규(문화재청 기념물과 계장): 주민의 불편이 없고 또 유적지도 보존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해서 조만간 결정을 내릴 예정입니다. ⊙기자: 이러다 보니 관리를 맡고 있는 일선 자치단체에서 문화재를 제대로 관리할 리가 없습니다. 경주시청측은 지정 문화재만 관리하기도 어려운 판에 정식 등록이 안 된 비지정 문화재에 대해서는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말합니다. ⊙경주시 직원: (중앙정부가) 체계적으로 관리해야지 돈도 없는 지자체에 맡겨선 안 돼요. ⊙기자: 재건축 주민들에 의해 굴착기로 훼손된 서울 풍납토성의 경우 대통령까지 나서면서 겨우 사적지로 지정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아직도 재원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신라 고분 등 유물 훼손과 주민 피해는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KBS뉴스 이창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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