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분양만 해놓고…

입력 2000.10.21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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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형건설업체와 주택조합이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땅에 대규모 조합아파트건설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결국은 무산돼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기동취재부 이창용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선착순으로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는 일산 신도시의 한 모델하우스입니다.
시공사는 삼성중공업, 첨단공법인 철골시공으로 1년 6개월 만에 입주할 수 있다는 광고로 많은 조합원들을 끌어들였습니다.
현재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400여 명.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아파트 공사는 사실상 백지화된 상태입니다.
⊙최운관(비상대책위원장): 모든 문구와 전단작업을 삼성에서 했습니다.
삼성의 이름으로.
그걸 믿고 우리 조합원들은 삼성조합아파트에 분양을 받은 겁니다.
⊙기자: 조합아파트가 들어서기로 한 땅입니다.
착공예정일이 7달이나 지났지만 첫삽조차 뜨지 않았습니다.
군사보호구역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아파트를 지으려면 군부대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아파트건축은 전략상 절대 허가할 수 없다는 게 부대 입장입니다.
⊙전영남(백마부대 작전참모): 거기에 아파트를 짓는다고 하는 것은 작전적으로 제한사항이 많다는 것을 사전에 충분한 홍보를 했고 주의를 줬습니다.
⊙기자: 그런데도 조합과 삼성중공업측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결국 아파트건축은 허가를 받지 못해 물거품이 됐고, 회사를 믿고 돈을 낸 조합원들만 피해를 보게 됐습니다.
이들이 낸 분양대금은 무려 130억원이나 됩니다.
⊙김경근(조합원): 내 집 마련이라는 부푼 꿈 갖고 전재산을 털어넣었는데…
⊙기자: 문제가 되자 시공회사와 관련당국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사업주체는 조합이고 자신들은 시공자일 뿐이라며 책임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배찬희(삼성중공업 부장): 우리나라에서는 조합이 해결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단지 저희들은 시공을 하는 책임을 저희들이 지고 있기 때문에, 저희들은 시공만 하면 되는 거죠.
⊙기자: 그러나 취재결과 삼성중공업도 사업추진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5월 토지매입업자와 분양대행사와 함께 체결한 약정서입니다.
토지 매입과 인허가, 시공까지 모든 사업과정이 협의됐습니다.
삼성중공업이 조합도 결성되기 전에 이 사업을 추진해 온 것입니다.
분양계약서에도 사업 전반에 시행책임을 진다는 조항이 분명하게 들어 있습니다.
⊙주택조합장: 우리는 돈만 내면 삼성이 당연히 지정일에 입주시킬 걸로 믿고 여태 왔어요.
⊙기자: 사업이 이처럼 엉망이 된 데는 고양시청의 잘못도 큽니다.
고양시는 사업이 시작되기 전 이 지역을 일반 주거지역으로 고시하고 대규모 택지개발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군부대의 동의가 어려워 아파트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일절 알리지 않았습니다.
조합과 건설회사의 무리한 사업추진이 허술한 행정과 맞물리면서 결국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을 악몽으로 바꿔놓았습니다.
KBS뉴스 이창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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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분양만 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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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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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형건설업체와 주택조합이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땅에 대규모 조합아파트건설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결국은 무산돼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기동취재부 이창용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선착순으로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는 일산 신도시의 한 모델하우스입니다. 시공사는 삼성중공업, 첨단공법인 철골시공으로 1년 6개월 만에 입주할 수 있다는 광고로 많은 조합원들을 끌어들였습니다. 현재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400여 명.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아파트 공사는 사실상 백지화된 상태입니다. ⊙최운관(비상대책위원장): 모든 문구와 전단작업을 삼성에서 했습니다. 삼성의 이름으로. 그걸 믿고 우리 조합원들은 삼성조합아파트에 분양을 받은 겁니다. ⊙기자: 조합아파트가 들어서기로 한 땅입니다. 착공예정일이 7달이나 지났지만 첫삽조차 뜨지 않았습니다. 군사보호구역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아파트를 지으려면 군부대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아파트건축은 전략상 절대 허가할 수 없다는 게 부대 입장입니다. ⊙전영남(백마부대 작전참모): 거기에 아파트를 짓는다고 하는 것은 작전적으로 제한사항이 많다는 것을 사전에 충분한 홍보를 했고 주의를 줬습니다. ⊙기자: 그런데도 조합과 삼성중공업측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결국 아파트건축은 허가를 받지 못해 물거품이 됐고, 회사를 믿고 돈을 낸 조합원들만 피해를 보게 됐습니다. 이들이 낸 분양대금은 무려 130억원이나 됩니다. ⊙김경근(조합원): 내 집 마련이라는 부푼 꿈 갖고 전재산을 털어넣었는데… ⊙기자: 문제가 되자 시공회사와 관련당국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사업주체는 조합이고 자신들은 시공자일 뿐이라며 책임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배찬희(삼성중공업 부장): 우리나라에서는 조합이 해결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단지 저희들은 시공을 하는 책임을 저희들이 지고 있기 때문에, 저희들은 시공만 하면 되는 거죠. ⊙기자: 그러나 취재결과 삼성중공업도 사업추진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5월 토지매입업자와 분양대행사와 함께 체결한 약정서입니다. 토지 매입과 인허가, 시공까지 모든 사업과정이 협의됐습니다. 삼성중공업이 조합도 결성되기 전에 이 사업을 추진해 온 것입니다. 분양계약서에도 사업 전반에 시행책임을 진다는 조항이 분명하게 들어 있습니다. ⊙주택조합장: 우리는 돈만 내면 삼성이 당연히 지정일에 입주시킬 걸로 믿고 여태 왔어요. ⊙기자: 사업이 이처럼 엉망이 된 데는 고양시청의 잘못도 큽니다. 고양시는 사업이 시작되기 전 이 지역을 일반 주거지역으로 고시하고 대규모 택지개발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군부대의 동의가 어려워 아파트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일절 알리지 않았습니다. 조합과 건설회사의 무리한 사업추진이 허술한 행정과 맞물리면서 결국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을 악몽으로 바꿔놓았습니다. KBS뉴스 이창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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