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현장] 겨울철 ‘헌집증후군’ 비상

입력 2006.12.13 (09:23) 수정 2006.12.1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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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새집증후군이 위험하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그런데 이른바 헌집증후군도 새집증후군 못지 않게 건강에 해롭다고 합니다.

네, 오래된 집이라도 관리를 잘 안 하면, 갖가지 곰팡이와 유해 가스, 미세먼지 등으로 건강을 해친다는데요.

그래서 ‘병든집 증후군’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답니다.

새집 아니니까 안전하다고 안주할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최영철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죠.

헌집증후군이라는 게 그런데 겨울철에 특히 더 위험하다면서요?

<리포트>

네, 주택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유해가스는 환기를 하면 80% 이상 좋아집니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난방에 신경 쓰느라 환기에 소홀하고 특히 가습기와 난방용품들을 이용하다보니 곰팡이가 살기 쉬운 고온다습한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인데요.

건강을 위협하는 실내공기 오염, 그 원인과 예방법 등을 취재했습니다.

올해 61세의 최 명자 씨.

최근 들어 기침이 잦고 원인 모를 두통이 생겨 병원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최명자(61) : "마구 흘러내리는 눈물, 콧물을 기침과 재채기를 하면서 닦아 내는데 혼자 있을 때는 괜찮은데, 누군가가 옆에 있으면 너무 망신스러워요. 머리가 아프면서 어지럽고..."

이 원인 모를 알레르기 증상의 주범은 집안의 곰팡이와 진드기나 세균이 떠다니는 미세먼지.

<인터뷰> 임종한(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교수) : "밀폐된 공간에서는 여러 가지 종류의 곰팡이, 세균, 유해가스에 노출되기 때문에 기관지 자극 증상이 발생하면서 기침 가래, 어지럼증, 두통, 속이 매스꺼워지는 증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그래서 최 씨의 집을 살펴봤습니다.

25년 된 주택이었는데요.

집안 곳곳에서 곰팡이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습기가 많은 부엌과 욕실은 곰팡이와 먼지의 온상이었습니다.

취재진은 실제 집안 내 미세먼지의 양을 측정해 보기로 했습니다.

1시간 정도 창문을 닫아 집안 공기를 밀폐시킨 뒤 실험에 들어갔는데요.

결과는 80 마이크로그램 퍼 입방미터.

매일 쓸고 닦는다는 집이지만 다중이용시설 기준치와 맞먹는 높은 수치였습니다.

그만큼 공기중에 유해물질이 떠다닐 확률이 올라가는 셈인데요.

<인터뷰> 손종렬(고려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 "학교 같은 곳의 미세먼지 기준량이 100㎛/㎥ 이니까 일반주택에서 80㎛/㎥ 이 나왔다는 것은 다른 시설과 비교해 봤을 때 일반주택으로서는 많이 나온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1시간 정도만 창문을 열어두니 미세먼지의 양은 반이 넘게 뚝 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비교적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은 어떨까?

6년 된 주택에서의 실험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밀폐 때 96.8 마이크로그램이던 먼지양이 창문을 열자 59.8 로 줄어들었는데요.

<인터뷰> 이동희(고려대 환경보건학과 연구원) : "먼지뿐만 아니라 집안에서 발생하는 포름알데히드나 VOC같은 유해가스들도 환기를 시켜놓은 지 5분 뒤면 대부분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알레르기 비염으로 3년이나 고생하는 딸 때문에 이른바 ‘헌집증후군’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주부 문 영민 씨.

<인터뷰> 문영민(40) : "검사를 받으니까 (딸이) 집 먼지 진드기로 인한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약도 먹이고 나름대로 청소도 자주 했고요. 아이가 사용하는 침구류도 자주 세탁해서 햇볕에 말리고 했는데도."
아침마다 비염으로 인해 겪었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는데요.

<인터뷰> 김 솔(문영민 씨 딸) : "코가 막히고 너무 짜증이 나니까 학교에 늦게 갈 때가 많았고요. 공부할 때도 집중이 안 되고 머리가 아프다 보니까 엄마에게 짜증도 내고..."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

진드기의 보이지 않는 위험을 깨닫고 환기에 신경을 쓰자 증상이 크게 호전되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가습기 청소도 깨끗이 하고요. 이불도 깨끗이 세탁해서 햇볕에 말리고 자주 털어줘요. 집안 공기도 1시간에 한 번씩 환기를 시켜서 나쁜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웰빙바람을 타고 헌집증후군을 치료하는 전문시공업체들도 나타났는데요.

<인터뷰> 조동수(헌집증후군 시공업체 대표) : "아직은 초기시장입니다. 하지만 알레르기 질환인 비염, 천식, 아토피 환자가 늘어나면서 그 발생 원인 중 하나인 헌집증후군으로 인해 수요가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나 난방기구와 가습기 등을 이용하는 겨울철은 곰팡이 발생이 쉬워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한번에 2, 30분씩의 환기는 필수, 악취와 세균번식을 막기 위한 배수구 청소와 특히 가습기는 매일 청소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하는데요.

실내 공기 오염 물질이 실외공기보다 인체에 4배 이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아늑한 집안이라고 방심하는 순간 우리의 주택이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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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타임 현장] 겨울철 ‘헌집증후군’ 비상
    • 입력 2006-12-13 08:10:30
    • 수정2006-12-13 09:5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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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새집증후군이 위험하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그런데 이른바 헌집증후군도 새집증후군 못지 않게 건강에 해롭다고 합니다. 네, 오래된 집이라도 관리를 잘 안 하면, 갖가지 곰팡이와 유해 가스, 미세먼지 등으로 건강을 해친다는데요. 그래서 ‘병든집 증후군’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답니다. 새집 아니니까 안전하다고 안주할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최영철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죠. 헌집증후군이라는 게 그런데 겨울철에 특히 더 위험하다면서요? <리포트> 네, 주택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유해가스는 환기를 하면 80% 이상 좋아집니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난방에 신경 쓰느라 환기에 소홀하고 특히 가습기와 난방용품들을 이용하다보니 곰팡이가 살기 쉬운 고온다습한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인데요. 건강을 위협하는 실내공기 오염, 그 원인과 예방법 등을 취재했습니다. 올해 61세의 최 명자 씨. 최근 들어 기침이 잦고 원인 모를 두통이 생겨 병원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최명자(61) : "마구 흘러내리는 눈물, 콧물을 기침과 재채기를 하면서 닦아 내는데 혼자 있을 때는 괜찮은데, 누군가가 옆에 있으면 너무 망신스러워요. 머리가 아프면서 어지럽고..." 이 원인 모를 알레르기 증상의 주범은 집안의 곰팡이와 진드기나 세균이 떠다니는 미세먼지. <인터뷰> 임종한(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교수) : "밀폐된 공간에서는 여러 가지 종류의 곰팡이, 세균, 유해가스에 노출되기 때문에 기관지 자극 증상이 발생하면서 기침 가래, 어지럼증, 두통, 속이 매스꺼워지는 증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그래서 최 씨의 집을 살펴봤습니다. 25년 된 주택이었는데요. 집안 곳곳에서 곰팡이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습기가 많은 부엌과 욕실은 곰팡이와 먼지의 온상이었습니다. 취재진은 실제 집안 내 미세먼지의 양을 측정해 보기로 했습니다. 1시간 정도 창문을 닫아 집안 공기를 밀폐시킨 뒤 실험에 들어갔는데요. 결과는 80 마이크로그램 퍼 입방미터. 매일 쓸고 닦는다는 집이지만 다중이용시설 기준치와 맞먹는 높은 수치였습니다. 그만큼 공기중에 유해물질이 떠다닐 확률이 올라가는 셈인데요. <인터뷰> 손종렬(고려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 "학교 같은 곳의 미세먼지 기준량이 100㎛/㎥ 이니까 일반주택에서 80㎛/㎥ 이 나왔다는 것은 다른 시설과 비교해 봤을 때 일반주택으로서는 많이 나온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1시간 정도만 창문을 열어두니 미세먼지의 양은 반이 넘게 뚝 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비교적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은 어떨까? 6년 된 주택에서의 실험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밀폐 때 96.8 마이크로그램이던 먼지양이 창문을 열자 59.8 로 줄어들었는데요. <인터뷰> 이동희(고려대 환경보건학과 연구원) : "먼지뿐만 아니라 집안에서 발생하는 포름알데히드나 VOC같은 유해가스들도 환기를 시켜놓은 지 5분 뒤면 대부분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알레르기 비염으로 3년이나 고생하는 딸 때문에 이른바 ‘헌집증후군’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주부 문 영민 씨. <인터뷰> 문영민(40) : "검사를 받으니까 (딸이) 집 먼지 진드기로 인한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약도 먹이고 나름대로 청소도 자주 했고요. 아이가 사용하는 침구류도 자주 세탁해서 햇볕에 말리고 했는데도." 아침마다 비염으로 인해 겪었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는데요. <인터뷰> 김 솔(문영민 씨 딸) : "코가 막히고 너무 짜증이 나니까 학교에 늦게 갈 때가 많았고요. 공부할 때도 집중이 안 되고 머리가 아프다 보니까 엄마에게 짜증도 내고..."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 진드기의 보이지 않는 위험을 깨닫고 환기에 신경을 쓰자 증상이 크게 호전되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가습기 청소도 깨끗이 하고요. 이불도 깨끗이 세탁해서 햇볕에 말리고 자주 털어줘요. 집안 공기도 1시간에 한 번씩 환기를 시켜서 나쁜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웰빙바람을 타고 헌집증후군을 치료하는 전문시공업체들도 나타났는데요. <인터뷰> 조동수(헌집증후군 시공업체 대표) : "아직은 초기시장입니다. 하지만 알레르기 질환인 비염, 천식, 아토피 환자가 늘어나면서 그 발생 원인 중 하나인 헌집증후군으로 인해 수요가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나 난방기구와 가습기 등을 이용하는 겨울철은 곰팡이 발생이 쉬워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한번에 2, 30분씩의 환기는 필수, 악취와 세균번식을 막기 위한 배수구 청소와 특히 가습기는 매일 청소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하는데요. 실내 공기 오염 물질이 실외공기보다 인체에 4배 이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아늑한 집안이라고 방심하는 순간 우리의 주택이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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