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뒤흔든 ‘도박 광풍’

입력 2006.12.27 (22:09) 수정 2006.12.27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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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올 한해 우리 사회는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로 불거진 도박 파문으로 큰 몸살을 앓았습니다.

온 나라를 뒤흔든 이 도박 광풍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2006 결산, 세번째 순서 오늘은 이효용 기자입니다.

<리포트>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바다이야기 파문이 터진지 4개월.

어제 오후 서울의 한 성인오락실입니다.

대낮인데도,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만큼 북적입니다.

심의를 받은 기계라며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지만, 문제가 됐던 예시나 연타 기능도...

<녹취> "밤에 보면 가오리가 쓰윽 뜬다고.. 그럴 때 확률이 높아져요"

게임으로 딴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주는 것도,

<녹취> "(상품권) 네장이요? 만팔천원입니다"

모두 그대롭니다.

기업형으로 게임기를 매매하는 곳도 덩달아 성업중입니다.

바다이야기와 황금성 등 불법 오락기들까지, 없어서 못 판다고 합니다.

<녹취>게임기 판매업자 : "지금 모든 오락기가 살려는 사람이 더 많지 내놓는 사람이 없어."

한동안 사라진 듯 보였던 사행성 오락실.

하지만 보다 은밀하게 곳곳에서 성업 중입니다.

<인터뷰>성인오락실 이용자 : "(다니는 곳 몇군데?) 많이 있어요, 7~8군데 정도. 문 닫고 장사를 하는 거죠"

사람들이 도박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월.

하지만 이때는 이미 온 나라가 도박장이 된 뒤였습니다.

사행성 성인오락실 13000여개.

그 흔하다는 편의점 보다도 많이, 주택가 농촌 할 것 없이 독버섯처럼 번져있었습니다.

평범한 이웃들이 대박을 쫓다 패가망신하고, 수많은 도박중독자가 양산됐습니다.

<인터뷰>김모씨(도박 피해자/지난 8월 22일) : "돈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그냥 내 발걸음이 가는거야..."

도박이 암적으로 번져나가면서 충격적인 사건들도 잇따랐습니다.

도박빚 때문에 아내를 살해한 공무원, 오락실에 가기 위해 결혼식장을 돌며 축의금을 훔친 50대 가정주부, 폭설로 경마가 취소되자 화가 나 불을 질러버린 사람들.

평범했던 시민들이 무서운 도박꾼이 돼버린 겁니다.

이처럼 온 나라가 도박광풍에 휩싸인 것은 정부의 허술한 정책 때문이었습니다.

경마와 경륜 등 합법적 도박들이 사행심을 키워놨고, 여기에 각종 이권이 개입되면서 갖가지 도박산업이 양산됐다는 겁니다.

① '합법적' 도박산업 남발

정부가 운영하는 레저형 도박들의 한 해 매출액은 약 11조원.

경마와 경륜 등의 장외발매소가 급증하면서 레저보다 도박으로 변질된지 오래입니다.

<녹취>경마장 이용객(8월 26일) : "처음엔 레저로 와서 하는데, 빠지니까 망가지는 거죠. 아파트에 있다가 전세 되고, 전세는 사글세 되고, 나중에 쪽박차는 거 이게 경마에요"

합법이라는 울타리에서 조장된 사행심에 도박 광풍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②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도박장'

이런 사행심에 불을 지른 것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바다이야기와 성인PC방.

<인터뷰>이진오(도박산업규제네트워크 집행위원) : "강원랜드를 동네 앞으로 옮겨놓은 것이 바다이야기 사태의 핵심입니다. 정부가 동네방네 함정을 파놓은 겁니다"

굳이 카지노를 찾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도박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결정적 요인이 됐습니다.

③ 부실한 심의, 이권개입 의혹

그렇다면 이렇게 사행성이 강한 게임이 어떻게 자유롭게 유통될 수 있었을까.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는 서류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예시와 연타 기능이 포함된 바다이야기 게임기를 승인했습니다.

수많은 상품권 업체가 난립했고 인증 업체로 지정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돈을 받은 문화관광부 국장 등이 구속됐고, 벤처업체들과 로비스트, 사행업협회 등의 얽히고 설킨 탈법 거래가 난무했습니다.

단속은 손발이 맞지 않았고 경찰 관련 비리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④ 사회적 박탈감... '한탕주의'

도박 광풍의 이면에는 급등하는 부동산 값 등으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면서 생겨난 그릇된 한탕주의도 한몫 했습니다.

<인터뷰>주은우(교수/중앙대 사회학과) : "보통 사람들이 평범한 직장생활을 통해 집을 마련하거나 노후대책을 마련하는 건 어려워지고..."

사회의 병폐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만큼 치유도 대증요법보다는 보다 근본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합니다.

<인터뷰>신영철(박사/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도박중독클리닉) : "그것을 질병 개념으로 보고 빨리 평가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도박중독자 320만명에 성인오락에 빠져나간 돈 6조원.

올 한해 우리 사회를 뒤흔든 도박 광풍은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제도와 인식 모두의 개혁이 없으면 제2, 제3의 바다이야기 사태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이효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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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라를 뒤흔든 ‘도박 광풍’
    • 입력 2006-12-27 21:24:13
    • 수정2006-12-27 22:11:48
    뉴스 9
<앵커 멘트> 올 한해 우리 사회는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로 불거진 도박 파문으로 큰 몸살을 앓았습니다. 온 나라를 뒤흔든 이 도박 광풍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2006 결산, 세번째 순서 오늘은 이효용 기자입니다. <리포트>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바다이야기 파문이 터진지 4개월. 어제 오후 서울의 한 성인오락실입니다. 대낮인데도,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만큼 북적입니다. 심의를 받은 기계라며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지만, 문제가 됐던 예시나 연타 기능도... <녹취> "밤에 보면 가오리가 쓰윽 뜬다고.. 그럴 때 확률이 높아져요" 게임으로 딴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주는 것도, <녹취> "(상품권) 네장이요? 만팔천원입니다" 모두 그대롭니다. 기업형으로 게임기를 매매하는 곳도 덩달아 성업중입니다. 바다이야기와 황금성 등 불법 오락기들까지, 없어서 못 판다고 합니다. <녹취>게임기 판매업자 : "지금 모든 오락기가 살려는 사람이 더 많지 내놓는 사람이 없어." 한동안 사라진 듯 보였던 사행성 오락실. 하지만 보다 은밀하게 곳곳에서 성업 중입니다. <인터뷰>성인오락실 이용자 : "(다니는 곳 몇군데?) 많이 있어요, 7~8군데 정도. 문 닫고 장사를 하는 거죠" 사람들이 도박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월. 하지만 이때는 이미 온 나라가 도박장이 된 뒤였습니다. 사행성 성인오락실 13000여개. 그 흔하다는 편의점 보다도 많이, 주택가 농촌 할 것 없이 독버섯처럼 번져있었습니다. 평범한 이웃들이 대박을 쫓다 패가망신하고, 수많은 도박중독자가 양산됐습니다. <인터뷰>김모씨(도박 피해자/지난 8월 22일) : "돈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그냥 내 발걸음이 가는거야..." 도박이 암적으로 번져나가면서 충격적인 사건들도 잇따랐습니다. 도박빚 때문에 아내를 살해한 공무원, 오락실에 가기 위해 결혼식장을 돌며 축의금을 훔친 50대 가정주부, 폭설로 경마가 취소되자 화가 나 불을 질러버린 사람들. 평범했던 시민들이 무서운 도박꾼이 돼버린 겁니다. 이처럼 온 나라가 도박광풍에 휩싸인 것은 정부의 허술한 정책 때문이었습니다. 경마와 경륜 등 합법적 도박들이 사행심을 키워놨고, 여기에 각종 이권이 개입되면서 갖가지 도박산업이 양산됐다는 겁니다. ① '합법적' 도박산업 남발 정부가 운영하는 레저형 도박들의 한 해 매출액은 약 11조원. 경마와 경륜 등의 장외발매소가 급증하면서 레저보다 도박으로 변질된지 오래입니다. <녹취>경마장 이용객(8월 26일) : "처음엔 레저로 와서 하는데, 빠지니까 망가지는 거죠. 아파트에 있다가 전세 되고, 전세는 사글세 되고, 나중에 쪽박차는 거 이게 경마에요" 합법이라는 울타리에서 조장된 사행심에 도박 광풍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②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도박장' 이런 사행심에 불을 지른 것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바다이야기와 성인PC방. <인터뷰>이진오(도박산업규제네트워크 집행위원) : "강원랜드를 동네 앞으로 옮겨놓은 것이 바다이야기 사태의 핵심입니다. 정부가 동네방네 함정을 파놓은 겁니다" 굳이 카지노를 찾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도박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결정적 요인이 됐습니다. ③ 부실한 심의, 이권개입 의혹 그렇다면 이렇게 사행성이 강한 게임이 어떻게 자유롭게 유통될 수 있었을까.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는 서류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예시와 연타 기능이 포함된 바다이야기 게임기를 승인했습니다. 수많은 상품권 업체가 난립했고 인증 업체로 지정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돈을 받은 문화관광부 국장 등이 구속됐고, 벤처업체들과 로비스트, 사행업협회 등의 얽히고 설킨 탈법 거래가 난무했습니다. 단속은 손발이 맞지 않았고 경찰 관련 비리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④ 사회적 박탈감... '한탕주의' 도박 광풍의 이면에는 급등하는 부동산 값 등으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면서 생겨난 그릇된 한탕주의도 한몫 했습니다. <인터뷰>주은우(교수/중앙대 사회학과) : "보통 사람들이 평범한 직장생활을 통해 집을 마련하거나 노후대책을 마련하는 건 어려워지고..." 사회의 병폐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만큼 치유도 대증요법보다는 보다 근본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합니다. <인터뷰>신영철(박사/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도박중독클리닉) : "그것을 질병 개념으로 보고 빨리 평가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도박중독자 320만명에 성인오락에 빠져나간 돈 6조원. 올 한해 우리 사회를 뒤흔든 도박 광풍은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제도와 인식 모두의 개혁이 없으면 제2, 제3의 바다이야기 사태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이효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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